병행놀이 시기와 또래놀이 발달 단계
병행놀이 시기가 되면 영아는 친구 가까이에서 비슷한 놀잇감을 사용하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놀이합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하나의 놀이를 함께 만들지 않아 부모에게는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친구를 바라보고 행동을 따라 하며 같은 공간에 머무는 병행놀이는 영아가 또래관계를 경험하는 중요한 놀이 방식입니다. 병행놀이의 뜻과 시기, 또래놀이 발달 단계와 부모·교사의 지원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만 1~2세 영아를 관찰하다 보면 같은 공간에서 각자 자동차를 굴리거나 나란히 앉아 블록을 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직접 대화하지 않아도 친구가 움직이면 바라보고, 친구가 자동차를 빠르게 굴리면 비슷한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함께 놀 줄 모른다”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영아에게 친구 옆에 머물며 서로의 놀이를 관찰하는 시간은 또래와 함께 놀이하는 방법을 알아 가는 과정입니다.
병행놀이란 무엇일까요?
병행놀이는 두 명 이상의 아이가 가까운 공간에서 비슷한 놀잇감이나 재료를 사용하지만, 하나의 공동 목표를 정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놀이를 이어 가는 모습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두 영아가 나란히 앉아 블록을 쌓지만 서로 하나의 집을 만들지는 않는 경우입니다. 한 아이는 블록을 높이 쌓고 다른 아이는 블록을 길게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병행놀이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친구와 가까운 공간에서 놀이합니다.
- 같거나 비슷한 놀잇감을 사용합니다.
- 각자 자신의 놀이 목적과 방법을 유지합니다.
- 친구의 행동을 바라보거나 따라 하기도 합니다.
- 짧게 웃거나 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 놀잇감을 건네거나 가져오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다시 자신의 놀이로 돌아가 몰입합니다.
병행놀이는 또래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놀이가 아닙니다.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많지 않더라도 친구의 존재와 행동을 의식하면서 자신의 놀이를 이어 가는 사회적 경험입니다.
병행놀이 시기는 언제부터 나타날까요?
병행놀이는 일반적으로 두 번째 생애연도부터 점차 나타나며, 만 2세 무렵 또래놀이에서 자주 관찰됩니다. 하지만 특정한 생일을 기준으로 갑자기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 1세 후반에도 친구 곁으로 이동해 같은 놀잇감을 만지거나 친구의 행동을 따라 하는 초기 병행놀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 2세 이후에는 친구와 같은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놀이 중 짧은 말과 행동을 주고받는 모습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만 3세 이후 연합놀이와 협동놀이가 늘어나더라도 병행놀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더 많은 아이도 새로운 환경이나 익숙하지 않은 친구를 만났을 때 먼저 가까이에서 각자 놀이하며 관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연령은 대략적인 참고로만 이해해야 합니다.
- 만 1세 전후: 혼자 탐색하는 놀이가 많고 가까운 친구를 바라보거나 따라 하기 시작합니다.
- 만 1세 후반: 친구 가까이에서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며 놀이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만 2세: 병행놀이가 자주 나타나고 또래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모방하는 모습이 늘어납니다.
- 만 3세 이후: 놀잇감을 주고받거나 역할을 나누는 놀이가 증가하지만 병행놀이도 계속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기질과 언어발달, 형제자매 및 또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병행놀이가 나타나는 시기와 빈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또래놀이 발달 단계 알아보기
아동의 사회적 놀이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놀이 참여 모습을 비참여 행동, 혼자놀이, 방관놀이, 병행놀이, 연합놀이, 협동놀이 등으로 구분합니다.
이러한 구분은 아이의 놀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모든 아이가 계단을 오르듯 한 단계를 마친 뒤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아이도 상황과 놀잇감, 함께 있는 친구에 따라 여러 놀이 모습을 오갈 수 있습니다.
비참여 행동
특정한 놀이에 참여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거나 몸을 움직입니다. 영아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공간과 사람, 놀잇감을 탐색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혼자놀이
다른 아이와 떨어져 자신이 선택한 놀잇감에 집중합니다. 혼자놀이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영아는 혼자 탐색하며 물건의 특성과 자신의 행동이 만드는 결과를 알아 갑니다.
방관놀이
친구가 놀이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보지만 직접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친구의 행동을 눈으로 따라가거나 웃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라보는 시간도 또래놀이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병행놀이
친구 가까이에서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각자의 놀이를 이어 갑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모방하거나 짧은 반응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놀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놀잇감을 주고받지만 하나의 목표나 역할이 분명하지 않은 놀이입니다. 각자 놀이하면서도 친구의 놀이와 더 적극적으로 연결됩니다.
협동놀이
친구와 역할이나 목표를 정하고 놀이를 함께 구성합니다. 함께 집을 만들거나 역할을 나누어 가게놀이를 하는 모습이 해당합니다. 지속적인 협동놀이는 영아기 이후에 점차 증가합니다.
놀이 단계는 아이를 평가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또래놀이 발달 단계를 알게 되면 부모와 교사는 아이가 어느 단계인지 판단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두 번의 놀이 모습만으로 사회성이나 발달 수준을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만 2세 아이도 피곤할 때는 혼자놀이를 선택할 수 있고, 익숙한 친구와 있을 때는 놀잇감을 주고받다가 낯선 친구 앞에서는 방관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놀이에서는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새로운 재료 앞에서는 혼자 관찰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놀이 단계를 관찰할 때는 다음 내용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 아이가 어떤 놀잇감에 관심을 보였나요?
- 친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놀이했나요?
- 친구의 행동을 바라보거나 따라 했나요?
- 친구가 가까이 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표정과 소리, 몸짓을 주고받았나요?
- 놀잇감을 건네거나 보여 주는 행동이 있었나요?
- 익숙한 친구와 낯선 친구에게 다른 반응을 보였나요?
- 교사가 개입했을 때 놀이가 이어졌나요, 중단되었나요?
“친구와 함께 놀지 않았다”는 결과만 기록하기보다 친구에게 보인 시선과 모방, 접근과 거리 조절 같은 작은 사회적 행동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관찰되는 병행놀이 장면
다음은 어린이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병행놀이 장면 예시입니다.
두 명의 만 1세 영아가 자동차 놀잇감이 있는 공간에 앉습니다. 한 영아는 자동차를 바닥에서 앞뒤로 움직이고, 다른 영아는 자동차 바퀴를 손가락으로 돌립니다. 두 아이는 처음에는 각자의 자동차만 바라봅니다.
잠시 후 첫 번째 영아가 자동차를 빠르게 밀자 두 번째 영아가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두 번째 영아도 자신의 자동차를 바닥에 놓고 앞으로 밉니다. 첫 번째 영아가 웃자 두 번째 영아도 웃으며 자동차를 다시 밀어 봅니다.
두 아이는 자동차를 함께 사용하거나 하나의 길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하며 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겉으로는 따로 노는 것처럼 보여도 또래의 행동이 자신의 놀이에 영향을 준 것입니다.
이때 교사는 “친구랑 같이 놀아”라고 요구하기보다 두 아이 사이에서 일어난 연결을 짧게 말해 줄 수 있습니다.
“친구가 자동차를 밀자 너도 자동차를 밀어 봤구나.”
“두 자동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네.”
교사는 관계를 설명한 뒤 다시 아이들이 자신의 놀이를 이어 가도록 기다립니다.
만 1세의 병행놀이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만 1세는 자신의 몸과 놀잇감을 탐색하는 일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또래에게 관심을 보여도 장시간 함께 놀이하기보다 가까이 갔다가 다시 자신의 놀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 친구가 가지고 있는 놀잇감을 바라봅니다.
- 친구 곁으로 이동해 같은 종류의 놀잇감을 잡습니다.
- 친구가 두드리거나 굴리는 행동을 따라 합니다.
- 친구의 웃음과 소리에 반응합니다.
- 친구가 사용하던 놀잇감을 바로 가져가기도 합니다.
- 친구와 잠깐 마주 본 뒤 다시 자신의 놀이에 집중합니다.
만 1세는 소유와 차례의 개념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가 사용하는 놀잇감을 바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를 이기적인 행동으로 판단하기보다 비슷한 놀잇감을 여러 개 제공하고 안전하게 함께 머무는 경험을 지원해야 합니다.
만 2세의 병행놀이는 이렇게 달라집니다
만 2세가 되면 또래의 행동에 대한 관심과 모방이 늘어나고 짧은 말과 몸짓을 주고받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병행놀이 중에 연합놀이와 비슷한 행동이 잠깐 나타나기도 합니다.
- 친구와 같은 놀잇감을 골라 가까이에서 놀이합니다.
- 친구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놀이 방법을 바꿉니다.
- “나도”, “내 거”, “여기”와 같은 짧은 말을 사용합니다.
- 자신이 만든 것을 친구에게 보여 줍니다.
- 놀잇감을 잠시 건네거나 교환합니다.
-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함께 웃습니다.
- 잠깐 함께 놀이한 뒤 다시 각자의 놀이로 돌아갑니다.
이 시기에는 함께 놀다가도 놀잇감을 두고 갈등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는 사회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공간과 물건을 조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교사는 병행놀이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요?
비슷한 놀잇감을 충분히 제공합니다.
영아는 친구가 사용하는 놀잇감에 관심을 보이기 쉽습니다. 같은 종류의 자동차와 블록, 그릇과 도구를 여러 개 제공하면 소유 갈등을 줄이면서 가까이에서 비슷한 놀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지만 부딪히지 않는 공간을 만듭니다.
병행놀이에는 친구를 볼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놀이 공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영아가 지나치게 밀집되지 않도록 놀이 공간과 이동 동선을 조정합니다.
친구 사이의 작은 연결을 말로 표현합니다.
교사가 두 영아를 억지로 함께 놀게 하기보다 이미 나타난 시선과 모방을 알아차려 말해 줍니다.
- “친구가 북을 치니까 너도 소리를 들어 봤구나.”
- “두 사람이 같은 색 블록을 골랐네.”
- “친구가 공을 굴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구나.”
- “친구가 웃으니까 너도 웃었네.”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제안만 합니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공을 굴리거나 큰 종이에 그리기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반응하지 않으면 제안을 반복하거나 참여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갈등에서는 감정과 필요를 함께 말합니다.
놀잇감을 가져가거나 밀치는 행동이 나타나면 위험한 행동은 막되 누가 나쁜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두 아이 모두 자동차가 필요했구나. 친구가 사용하고 있어서 바로 가져갈 수는 없어. 여기 다른 자동차가 있어.”
감정을 인정하고 이유를 설명한 뒤 가능한 대안을 제공하면 영아가 또래 곁에서 놀이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또래놀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친구를 만났을 때 부모가 “같이 놀아”, “장난감 빌려줘”라고 계속 요구하면 아이는 또래와 함께 있는 시간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공간에서 각자 편안하게 놀이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 친구와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합니다.
- 비슷한 놀잇감을 여러 개 준비합니다.
- 장난감을 반드시 나눠 써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 친구를 바라보고 따라 하는 작은 행동을 알아차립니다.
- 놀이에 참여하지 않고 바라보는 시간도 허용합니다.
- 친구와 비교하거나 사회성을 평가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 갈등이 생기면 감정을 인정하고 가능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 짧고 편안한 또래 만남을 반복해서 경험하도록 합니다.
아이가 친구 옆에서 자동차를 굴리고 있다면 “친구하고 같이 놀아야지”라고 말하기보다 다음과 같이 반응할 수 있습니다.
“친구 옆에서 자동차를 굴리고 있구나.”
“친구 자동차도 보고 네 자동차도 움직여 봤네.”
이러한 말은 아이가 이미 보여 주고 있는 또래 관심을 인정하면서 놀이의 주도권을 지켜 줍니다.
병행놀이에서 피해야 할 어른의 개입
- 친구 옆에서 각자 노는 모습을 사회성 부족으로 판단합니다.
- 모든 장난감을 친구와 나누도록 요구합니다.
- 친구에게 다가가거나 말을 걸도록 계속 시킵니다.
- 아이들이 만든 놀이를 교사가 하나의 공동놀이로 바꿉니다.
- 친구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을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합니다.
- 혼자놀이나 방관놀이를 하지 못하게 합니다.
- 놀이 단계와 연령을 비교해 발달이 늦다고 단정합니다.
- 갈등이 생길 때마다 두 아이를 서로 떨어뜨립니다.
교사의 개입 뒤 아이들의 놀이가 이어지고 서로를 살펴보는 행동이 늘어난다면 도움이 된 지원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놀이를 멈추거나 교사의 지시만 기다린다면 개입의 시기와 방법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는 경우
병행놀이를 오래 한다는 이유만으로 발달 문제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혼자놀이와 방관놀이, 병행놀이도 영아기에 필요한 놀이 방식입니다.
다만 또래놀이뿐 아니라 익숙한 부모나 교사와의 관계에서도 반응을 주고받는 일이 지속해서 어렵거나, 시선과 몸짓, 소리와 말로 자신의 관심과 필요를 표현하는 모습이 매우 제한적이라면 전반적인 발달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익숙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에 거의 반응하지 않습니다.
- 관심 있는 물건을 보여 주거나 가리키는 행동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 사람과 즐거움이나 관심을 주고받는 모습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 말과 몸짓을 포함한 의사소통 발달이 전반적으로 걱정됩니다.
- 감각적 불편함 때문에 일상과 놀이 참여가 계속 어려워 보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어 걱정된다면 병행놀이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소아청소년과나 영유아 발달 전문가와 상담해 전반적인 발달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병행놀이는 함께 놀기 위한 중요한 경험입니다
친구 옆에서 따로 노는 영아는 친구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친구의 행동을 바라보고 따라 하며, 같은 놀잇감을 사용하고, 서로의 웃음과 소리에 반응하면서 또래와 함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혼자놀이와 방관놀이, 병행놀이와 연합놀이는 어느 하나가 더 좋고 나쁜 놀이가 아닙니다. 영아는 상황과 관계, 놀이의 종류에 따라 여러 놀이 방식을 오가며 성장합니다.
부모와 교사는 영아를 억지로 함께 놀게 하기보다 친구를 바라본 순간, 가까이 다가간 행동, 같은 놀이를 따라 한 작은 변화를 발견해 주세요. 충분한 놀잇감과 편안한 공간을 마련하고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관계를 시작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병행놀이를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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