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빼앗는 아이 ‘나눠 써’ 라고 말하기 전에 해야 할 것
장난감을 빼앗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친구 것 빼앗으면 안 돼”, “사이좋게 나눠 써야지”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지만, 영아에게는 ‘나눠 쓰기’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구별하고, 원하는 것을 안전하게 표현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경험입니다.
영아가 장난감을 가져가는 행동을 이기심이나 공격성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또래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 더 흥미로워 보이거나, 친구의 놀이에 참여하고 싶지만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손부터 내미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린이집 현장에서 영아들의 놀이를 관찰해 보면 장난감을 빼앗는 행동 안에도 서로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과 함께 아이가 무엇을 원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장난감을 빼앗는 아이가 욕심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영아는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생각과 욕구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워 가는 중입니다. 자신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친구도 계속 사용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행동을 잠시 멈추고 기다리는 자기조절력과 말로 부탁하는 의사소통 능력도 아직 발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눈앞에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 보이면 생각보다 손이 먼저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빼앗는 행동을 그대로 허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의 행동에는 분명한 한계를 알려 주되, 아이 자체를 욕심 많거나 나쁜 아이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난감을 가져가는 행동에 담긴 여러 이유
- 친구가 사용하는 장난감이 더 재미있어 보입니다.
- 같은 장난감으로 함께 놀고 싶지만 참여 방법을 모릅니다.
- 자신이 조금 전에 사용했던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하는 것을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 기다리는 시간이 아직 너무 길게 느껴집니다.
- 피곤하거나 배가 고파 자기조절이 더 어려운 상태입니다.
- 친구의 반응이 재미있어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행동의 이유는 하나가 아닙니다. 같은 아이도 상황과 몸 상태에 따라 다른 이유로 장난감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나눠 쓰기’와 ‘차례로 사용하기’는 다릅니다
어른은 장난감을 함께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동차 한 대나 인형 하나처럼 동시에 사용하기 어려운 물건도 있습니다.
이때 “친구와 나눠 써”라고 말하면 영아는 자신이 하던 놀이를 당장 멈추고 장난감을 내주어야 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눔을 배우는 경험보다 자신의 놀이를 갑자기 빼앗기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영아에게는 추상적인 ‘나눔’보다 구체적인 ‘차례’가 이해하기 쉽습니다.
- 지금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알려 줍니다.
- 사용 중인 아이의 놀이를 보호합니다.
-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행동을 제안합니다.
- 차례가 되었을 때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돕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라고 말한 뒤 장난감을 사용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이는 기다림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어른이 약속한 차례가 실제로 이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난감을 빼앗았을 때 먼저 해야 할 일
1. 손을 안전하게 멈춥니다
두 아이가 장난감을 잡아당기면 긴 설명부터 하지 말고 다치지 않도록 손을 부드럽게 멈춥니다. 장난감으로 밀거나 때리려는 행동이 나타 나타나면 즉시 막아야 합니다.
이때 큰 소리로 혼내기보다 짧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멈춰.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야.”
영아가 흥분한 상황에서는 긴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안전을 확보한 뒤 아이가 진정되었을 때 다음 행동을 알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먼저 사용하던 아이의 놀이를 보호합니다
친구가 빼앗긴 장난감을 다시 받고 싶어 한다면 먼저 사용하던 아이에게 돌려줍니다. 이때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에게 양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같이 놀고 싶어 하니까 조금 빌려줄까?”라는 말도 상황에 따라서는 양보를 압박하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사용하던 아이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져가서 놀랐구나. 다시 받을 수 있게 도와줄게.”
자신의 놀이가 보호받는 경험을 한 아이는 다른 상황에서도 어른의 중재를 신뢰할 수 있습니다.
3. 가져간 아이의 마음도 설명해 줍니다
행동을 제한한 뒤에는 아이가 무엇을 원했는지 짧게 말해 줍니다.
“친구가 굴리는 자동차가 재미있어 보였구나.”
“너도 그 인형을 안아 보고 싶었구나.”
감정을 알아주는 것은 빼앗는 행동을 허용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원하는 마음은 받아들이되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갑자기 가져가는 행동에는 한계를 세우는 것입니다.
4. 지금 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을 알려 줍니다
“안 돼”라고만 말하면 아이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선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 주세요.
- 비슷한 장난감을 찾아봅니다.
- 친구 옆에서 같은 놀이를 해 봅니다.
- 손을 내밀거나 몸짓으로 부탁해 봅니다.
- 어른과 함께 차례를 기다립니다.
- 친구의 놀이에 다른 방법으로 참여합니다.
“지금 친구가 사용하고 있어. 여기에서 기다릴까, 아니면 파란 자동차를 굴려 볼까?”처럼 두 가지 선택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상황별로 사용할 수 있는 중재 언어
장난감을 가져가려고 손을 뻗을 때
“자동차가 필요하구나. 지금은 친구가 사용하고 있어. 손으로 가져가지 말고 여기에서 기다려 보자.”
이미 장난감을 빼앗았을 때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가져가지 않아. 다시 돌려주고 네 차례를 기다릴 수 있게 도와줄게.”
기다리기 어려워 울 때
“지금 바로 가지고 싶어서 속상하구나. 하지만 친구가 사용하는 동안에는 가져갈 수 없어. 엄마와 여기에서 기다리자.”
친구의 놀이에 참여하고 싶어 할 때
“친구와 함께 굴려 보고 싶구나. 자동차가 지나갈 길을 옆에 만들어 볼까?”
차례가 돌아왔을 때
“기다렸구나. 이제 네가 자동차를 사용해 볼 차례야.”
이 마지막 말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기다린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고 약속한 차례를 경험하게 해야 기다림의 의미를 배울 수 있습니다.
무조건 ‘미안해’라고 시키지 마세요
장난감을 빼앗은 아이에게 즉시 “미안하다고 해”라고 요구하면 아이는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보다 어른이 원하는 말을 따라 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말로 사과하기 전에 먼저 행동으로 관계를 회복하도록 도와주세요.
- 빼앗은 장난감을 원래 사용하던 아이에게 돌려줍니다.
- 넘어진 블록을 함께 다시 세웁니다.
- 친구가 다쳤다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합니다.
- 친구의 놀이를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서 기다립니다.
아이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친구가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져가서 놀랐대. 장난감을 돌려주자”라고 설명하면 됩니다.
사과는 입으로 말하는 한 단어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 달라진 상황을 다시 안전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한 행동 뒤의 진짜 관심
한 영아가 친구가 자동차를 굴릴 때마다 다가가 자동차를 가져갔습니다. 교사가 “빼앗으면 안 돼”, “친구와 나눠 써야지”라고 반복해서 말했지만 행동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교사들과 장면을 다시 살펴보니 아이는 자동차를 가지는 것보다 친구가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 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놀이에 관심이 있었지만 함께 참여하는 방법을 몰라 자동차를 가져갔던 것입니다.
교사는 아이의 손을 막는 데서 끝내지 않고 “친구가 자동차를 굴리는 게 재미있어 보였구나. 여기에서 길을 만들어 볼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친구 옆에서 블록으로 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행동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자동차부터 가져가기보다 친구의 놀이를 바라보거나 교사의 얼굴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장난감을 빼앗는 행동이 언제나 물건을 소유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때로는 또래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서툰 방식으로 표현된 것일 수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기대 수준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0세는 즉시 멈추고 다른 놀잇감으로 연결합니다
0세 영아에게 차례와 나눔을 길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아이가 사용 중인 물건을 가져가려고 하면 손을 안전하게 멈추고 비슷한 감각이나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는 놀잇감으로 관심을 연결합니다.
1세는 짧은 말과 반복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친구가 사용 중이야”, “여기에서 기다리자”와 같이 짧고 같은 표현을 반복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게 조정하고 실제로 차례가 돌아오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2세는 부탁과 선택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다 놀면 빌려줘”, “나도 하고 싶어”와 같은 짧은 표현을 어른과 함께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장을 정확히 말해야만 장난감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말 대신 손짓이나 시선으로 표현하는 것도 인정해 주세요.
반복해서 빼앗을 때 환경도 살펴보세요
장난감을 빼앗는 아이만 계속 지도하기 전에 놀이 환경에 어려움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잇감이 한 개뿐이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 좁은 공간에 여러 아이가 몰려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 피곤하거나 배고픈 시간에 갈등이 늘어나는지 관찰합니다.
- 기다리는 시간이 아이의 발달 수준보다 길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 장난감보다 또래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살펴봅니다.
- 어른의 큰 반응을 보기 위해 행동을 반복하는지 관찰합니다.
같은 종류의 놀잇감을 충분히 제공한다고 모든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영아는 친구가 들고 있다는 이유로 바로 그 장난감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놀잇감을 늘리는 것과 함께 또래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알려 주어야 합니다.
부모와 교사가 피해야 할 반응
아이의 성격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욕심이 많다”, “나누어 줄 줄 모른다”, “친구를 괴롭힌다”와 같은 표현은 행동을 아이의 성격으로 굳혀 버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한 행동과 아이 자체를 구분해야 합니다.
빼앗긴 아이에게 양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항상 양보하는 아이가 착한 아이로 칭찬받으면 자신의 놀이와 의사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먼저 사용하던 아이에게는 계속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긴 설명이나 공개적인 훈계를 하지 않습니다
갈등이 발생한 순간에는 안전을 확보하고 짧게 한계를 알려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혼내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아이의 감정만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기다린다는 말만 하고 방치하지 않습니다
영아에게 기다림은 혼자 견디는 시간이 아닙니다. 어른과 함께 다른 장난감을 살펴보거나 친구의 놀이에 참여할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 차례를 경험하는 간단한 방법
- 공을 한 번씩 굴리며 “엄마 차례, ○○ 차례”라고 말합니다.
- 버튼을 번갈아 누르며 차례가 바뀌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 간식을 나누어 줄 때 가족의 이름을 차례로 불러 줍니다.
- 블록을 하나씩 놓아 함께 쌓아 봅니다.
- 책장을 한 장씩 번갈아 넘겨 봅니다.
이러한 놀이는 오래 진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동안 짧게 반복하고, 기다림에 성공했을 때는 “착하다”보다 “기다렸다가 네 차례에 했구나”라고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나눔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세 가지
장난감을 빼앗는 아이에게는 다음 세 가지 경험이 먼저 필요합니다.
- 소유 경험: 내가 사용하고 있는 놀이는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
- 차례 경험: 기다리면 실제로 사용할 기회가 온다는 믿음
- 표현 경험: 빼앗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알릴 수 있다는 경험
이러한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아이는 다른 사람의 놀이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나눔은 자신의 욕구를 무조건 참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의 필요를 함께 경험하면서 천천히 배우는 관계 기술입니다.
아이의 마음은 이해하고 행동에는 한계를 세워 주세요
장난감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사용하는 물건을 갑자기 가져가는 행동은 안전하게 멈춰야 합니다.
“가지고 싶었구나. 하지만 친구가 사용하는 장난감은 가져갈 수 없어. 네 차례를 기다릴 수 있게 도와줄게.”
이 문장에는 아이의 마음에 대한 공감과 행동에 대한 경계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장난감을 빼앗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꾸중이 아닙니다. 자신의 놀이가 보호받고, 기다린 뒤 차례가 돌아오며, 또래에게 안전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입니다.
부모와 교사가 ‘나눠 써’라는 말보다 아이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먼저 살펴볼 때, 장난감 갈등은 혼내야 할 문제를 넘어 관계와 자기조절을 배우는 중요한 사회정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