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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하브루타로 아이의 공감 능력 키우기

읽는 시간 약 12분

그림책 하브루타는 아이에게 감정의 정답을 알려 주는 활동이 아닙니다. 그림 속 표정과 행동을 함께 살펴보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며, 등장인물의 입장을 조금씩 상상하도록 돕는 질문 중심의 상호작용입니다. 그러나 만 1~3세 아이에게 “주인공의 마음이 어땠을까?”라고 바로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질문이 아이의 언어와 사고 발달보다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 현장에서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질문을 주고받아 보면, 같은 장면도 질문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 감정을 바로 묻기보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아이는 표정과 가리키기, 짧은 말과 몸짓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영유아의 그림책 하브루타는 토론과 달라야 합니다

하브루타는 짝과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생각을 확장하는 학습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에게 성인이나 학령기 아동의 토론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아직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에게는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게 하는 것보다 그림을 함께 바라보고 반응을 주고받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영유아의 그림책 하브루타에서 아이의 대답은 말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 그림 속 인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 등장인물의 표정을 따라 합니다.
  • 특정 장면을 오래 바라봅니다.
  • 자신이 경험한 사람이나 사건을 말합니다.
  • 인형을 안거나 토닥이는 행동을 합니다.
  • 같은 장면을 다시 보여 달라고 합니다.

이러한 시선과 몸짓도 아이가 그림책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중요한 반응입니다. 부모와 교사는 말로 된 정답만 기다리지 말고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왜 “마음이 어땠을까?”는 어려운 질문일까요?

“주인공의 마음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아이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그림 속 상황을 이해하고,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살펴본 뒤, 알맞은 감정 단어를 기억해서 말해야 합니다.

만 1~2세 아이는 슬픔이나 속상함을 느끼더라도 그 감정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 3세 무렵에도 등장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연결해 설명하는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질문이 너무 어려우면 아이는 침묵하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고 책장을 넘길 수 있습니다. 이 반응을 “그림책에 관심이 없다”거나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때는 질문을 더 많이 하기보다 아이가 대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질문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1단계는 눈에 보이는 것을 묻는 관찰 질문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그림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표정과 행동을 묻는 것입니다. 감정 단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 영아도 가리키기와 몸짓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 “토끼 얼굴이 어떻게 생겼어?”
  • “토끼 눈에서 무엇이 나오고 있지?”
  • “누가 울고 있어?”
  • “곰의 입이 어떻게 되었어?”
  • “친구가 어디로 갔을까?”
  • “이 아이 손은 무엇을 하고 있어?”

아이가 그림을 가리키면 부모가 관찰한 내용을 말로 이어 줄 수 있습니다.

“토끼 눈에서 눈물이 나오네.”

“입이 아래로 내려갔구나.”

아이가 감정 단어를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표정과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는 경험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2단계는 아이의 경험과 잇는 연결 질문입니다

그림 속 상황을 살펴본 다음에는 아이가 경험했던 비슷한 상황과 연결합니다. 영아는 낯선 사람의 감정을 바로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기 시작합니다.

  • “너도 이렇게 울어 본 적이 있어?”
  • “장난감을 찾지 못했을 때 어땠어?”
  • “엄마와 헤어질 때 눈물이 난 적이 있었지?”
  • “친구가 네 장난감을 가져갔을 때 어떻게 했어?”
  • “선생님이 안아 주니까 몸이 어떻게 되었어?”

연결 질문을 할 때 아이의 감정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도 슬펐지?”라고 정답을 정해 주기보다 아이가 기억하는 표정과 행동을 먼저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세요.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부모나 교사가 짧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도 소중한 물건을 찾지 못했을 때 속상했던 적이 있어.”

어른이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은 아이가 감정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단계는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는 상상 질문입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아이가 그림책 속 인물의 입장이 되어 보도록 질문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감정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보다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해주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 “네가 토끼라면 어떻게 하고 싶어?”
  • “토끼 친구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어?”
  • “친구가 울고 있으면 어떻게 해줄까?”
  • “곰이 혼자 있으면 누가 옆에 있어주면 좋을까?”
  • “네가 이 친구라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아이가 “몰라”라고 말하거나 대답하지 않는다면 두 가지 정도의 행동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안아 줄까, 옆에 앉아 있을까?”

“괜찮아라고 말해줄까, 같이 찾아줄까?”

선택 질문은 정답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상대의 마음과 필요한 도움을 생각할 수 있도록 사고의 시작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만 1~3세는 질문 방법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만 1세에게는 대답을 요구하기보다 그림을 가리키고 표정을 따라 해보는 방식이 적절합니다.

  • “누가 울고 있지?”
  • “토끼 눈물이 여기 있네.”
  • “우리도 토닥토닥해 줄까?”

아이가 울고 있는 인물을 가리키거나 책을 토닥이는 행동만 보여도 충분한 참여입니다.

만 2세에게는 짧은 관찰 질문과 경험 연결 질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토끼가 왜 울까?”
  • “친구가 가버렸네. 토끼는 어떻게 하고 있지?”
  • “너도 엄마를 찾으면서 울었던 적이 있니?”

“슬퍼”, “엄마”, “안아 줘”처럼 한두 단어로 대답해도 아이의 생각을 인정하고 문장으로 확장해 줍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슬펐다고 생각했구나.”

만 3세에게는 등장인물의 입장과 필요한 도움을 상상하는 질문을 조금씩 늘릴 수 있습니다.

  • “네가 토끼 친구라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
  • “토끼가 다시 기분이 좋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다음에는 어떤 일이 생길 것 같아?”

이러한 연령 구분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같은 나이라도 언어발달과 그림책 경험, 기질에 따라 반응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질문의 순서를 바꾸자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만 2세 반에서 친구와 헤어지는 장면이 나오는 그림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바로 “토끼의 마음이 어땠을까?”라고 물었을 때는 아이들이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대답하지 못한 것은 그림책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문이 추상적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의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먼저 “토끼 눈에서 무엇이 나왔어?”라고 보이는 것을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바라보며 눈물을 가리켰습니다.

다음으로 “너도 엄마와 헤어질 때 이렇게 울어 본 적이 있어?”라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했습니다. 몇몇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엄마”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가 토끼 친구라면 뭐라고 말해주고 싶어?”라고 묻자 한 아이가 “안녕, 또 만나”라고 대답했습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헤어짐을 이해하고 상대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위로하려는 아이만의 생각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아이가 대답하지 않을 때 질문을 반복하기보다 질문의 수준과 순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아이의 대답 뒤에 이어갈 수 있는 반응

좋은 질문만큼 중요한 것이 아이의 대답을 받아 주는 어른의 반응입니다. 아이가 예상하지 못한 답을 했다고 바로 고쳐 주면 다음 질문에서는 정답을 찾으려고 하거나 말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그렇게 생각했구나.”
  • “그림에서 그렇게 보였구나.”
  • “너는 안아 주고 싶다고 생각했네.”
  • “엄마와 헤어졌던 일이 생각났구나.”
  • “다른 생각도 있을까?”
  • “말로 하기 어려우면 손으로 가리켜도 괜찮아.”

아이의 대답이 이야기 내용과 다르더라도 먼저 이유를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답을 알려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의 생각을 인정한 뒤 그림 속 단서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너는 토끼가 화났다고 생각했구나. 그런데 토끼 눈에서 눈물이 나오네. 속상한 마음도 있었을까?”

이러한 반응은 아이의 생각을 틀렸다고 판단하지 않으면서 다른 감정의 가능성을 살펴보게 합니다.

가정에서 그림책 하브루타를 실천하는 방법

  • 책을 모두 읽은 뒤 질문을 몰아서 하지 않습니다.
  • 감정이 잘 드러나는 장면에서 잠시 멈춥니다.
  • 한 장면에 질문을 한두 개만 사용합니다.
  • 아이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표정과 몸짓도 살펴봅니다.
  • 관찰·연결·상상 질문을 반드시 한 번에 모두 하지 않습니다.
  • 아이의 반응이 없으면 부모가 그림에서 보이는 것을 먼저 말합니다.
  •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질문을 조금씩 바꿉니다.
  • 책을 덮은 뒤 인형놀이나 역할놀이로 장면을 이어 봅니다.

그림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많은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특정 그림을 오래 바라본다면 그 장면에서 한 가지 질문만 주고받아도 충분합니다.

질문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아이가 같은 그림을 바라보며 서로의 반응을 주고받는 경험입니다.

피해야 할 그림책 질문 방법

  • “이건 슬픈 거지?”처럼 정답을 먼저 알려 줍니다.
  • 아이가 대답할 때까지 같은 질문을 반복합니다.
  • 책을 읽는 동안 모든 장면에서 질문합니다.
  • 형제나 또래의 대답과 비교합니다.
  • 아이가 책장을 넘기거나 움직이는 것을 집중력 부족으로 판단합니다.
  • 부모가 원하는 교훈을 말할 때까지 질문을 이어갑니다.
  • 아이의 대답을 듣기 전에 부모가 대신 설명합니다.

하브루타의 목적은 아이를 시험하거나 부모가 준비한 교훈으로 이끄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그림을 보며 무엇을 발견했고, 자신의 경험과 어떻게 연결하는지 듣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공감 능력은 관계와 경험 속에서 자랍니다

공감 능력은 타고난 기질과 언어발달, 관계 경험과 생활환경의 영향을 함께 받습니다. 그림책 질문 몇 번으로 갑자기 완성되는 능력도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함께 생각해 보는 경험을 반복하면 공감 발달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아이가 실제 갈등을 겪지 않고도 여러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매개가 됩니다. 등장인물의 얼굴을 살펴보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상상하는 과정이 쌓이면서 아이는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구분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가 “마음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보이는 것을 함께 찾는 관찰 질문부터 시작해 아이의 경험으로 연결하고, 준비되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상상하도록 도와주세요. 공감은 정답을 외우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존중받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함께 살펴본 경험 속에서 천천히 자랍니다.

estherk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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