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감정 표현, 행동 속 마음 신호 읽기
영아 감정 표현은 어른처럼 말로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영아는 울음과 표정, 몸짓, 매달림, 거부와 같은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과 욕구를 전합니다.
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거나, 친구가 가진 장난감을 가져가거나,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 어른은 당황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자꾸 떼를 받아주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까?”
“친구를 물거나 미는 행동은 공격성이 강해서일까?”
그러나 행동만 보고 아이의 성격이나 의도를 판단하면 그 행동 속에 담긴 마음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저는 20년 이상 영아들을 만나면서 아이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아이가 일부러 어른을 힘들게 하려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적절한 말과 방법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아의 행동을 바로 고치려 하기 전에 “이 아이가 지금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라고 질문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아 감정 표현은 왜 행동으로 나타날까요?
영아는 배가 고픈지, 피곤한지, 낯선 상황이 두려운지, 친구의 장난감을 가지고 싶은지 자신의 상태를 문장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울고, 손을 뻗고, 부모에게 매달리고, 물건을 던지고, 친구를 밀거나 무는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행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행동은 즉시 안전하게 멈춰야 합니다. 다만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행동이 나타난 상황과 아이의 마음을 함께 살펴야 같은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교육부의 2024 개정 표준보육과정은 영아가 자신의 고유함을 알아 가고, 안정적인 일상에서 감정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경험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영아의 행동을 성인의 기준으로만 판단하기보다 놀이와 일상에서 나타나는 경험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행동도 마음의 이유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울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이유로 우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를 밀었다고 해서 모두 화가 났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를 미는 행동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능성이 있습니다.
- 친구가 너무 가까이 다가와 불편했을 수 있습니다.
-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지키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 함께 놀고 싶지만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을 수 있습니다.
- 피곤하거나 주변이 시끄러워 예민해졌을 수 있습니다.
- 흥분한 마음과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을 한 번 보고 “욕심이 많다”, “공격적이다”, “고집이 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행동이 나타나기 전의 상황, 행동이 일어난 순간, 행동한 뒤 아이의 반응을 함께 관찰해야 합니다.
영아의 행동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마음 신호
울음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울음은 영아가 가장 먼저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며 초기 영아 감정 표현의 중요한 형태입니다. 배고픔과 피곤함 같은 신체적 불편함뿐 아니라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 부모와 떨어지는 속상함,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답답함도 울음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울음을 빨리 그치게 하는 것보다 아이가 왜 우는지 살피고 안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부모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 “많이 놀라서 울음이 나왔구나.”
- “엄마와 더 있고 싶었구나.”
-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구나.”
- “엄마가 여기 있어. 함께 기다려 보자.”
떼쓰기는 원하는 마음과 조절의 어려움이 만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영아는 원하는 것이 분명해지는 것에 비해 기다리고 조절하는 능력은 아직 발달 중입니다. 그래서 갖고 싶은 것을 바로 갖지 못하거나 하던 놀이를 멈춰야 할 때 크게 울고 바닥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이때 “그만 울어”라고 반복하기보다 감정을 인정하고 가능한 행동을 짧게 알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를 더 가지고 놀고 싶었구나. 지금은 정리할 시간이야. 한 번 더 굴리고 정리하자.”
감정을 인정한다고 해서 아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은 받아주되 일상의 규칙과 안전한 경계는 일관되게 유지해야 합니다.
매달림은 안정감을 확인하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낯선 장소나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부모에게 매달리거나 품으로 파고드는 것은 안전한 사람을 통해 상황을 살피려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때 억지로 떼어 놓거나 “겁쟁이”라고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 곁에서 충분히 살핀 다음 아이가 준비되었을 때 조금씩 다가가도록 기다려 주세요.
- “처음 보는 곳이라 조심스럽구나.”
- “엄마 옆에서 먼저 바라봐도 괜찮아.”
- “준비되면 손을 잡고 가까이 가 보자.”
거부 행동은 스스로 해 보고 싶은 마음일 수 있습니다
1~2세 영아는 “내가”, “싫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옷 입기나 손 씻기를 거부하고 어른의 도움을 밀어내기도 합니다.
무조건 말을 듣지 않는 행동으로 보기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하려는 자율성이 자라는 과정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과 관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두 가지 정도의 선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빨간 양말과 노란 양말 중에서 어떤 것을 신을까?”
- “혼자 해 볼까, 엄마가 조금 도와줄까?”
- “지금 손을 씻을까, 블록 하나만 정리하고 씻을까?”
물기와 밀기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온 것일 수 있습니다
영아의 물기와 밀기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타나는 영아 감정 표현일 수 있으며, 반드시 공격적인 성격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싶은 마음, 가까이 다가온 친구에 대한 불편함, 피곤함, 강한 흥분이나 언어 표현의 어려움이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고 해서 행동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아이의 안전을 먼저 확인하고, 물거나 미는 행동은 분명하게 멈춰야 합니다.
“친구가 가까이 와서 불편했구나. 하지만 물면 친구가 아파. 선생님이 도와 줄게.”
그다음에는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을 알려 줍니다.
- “싫어”라고 말하기
- 손바닥을 펴서 멈춤을 표현하기
- 교사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 잠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진정하기
현장에서 만난 장난감 갈등 장면
한 영아가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자동차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습니다. 친구가 자동차를 놓지 않자 아이는 친구의 팔을 잡고 입을 가까이 가져갔습니다.
교사는 즉시 두 아이 사이를 안전하게 막고 짧게 말했습니다.
“멈춰. 물면 친구가 아파.”
친구의 상태를 먼저 확인한 후, 행동한 아이에게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싶었구나. 친구가 놓지 않아서 답답했나 보다. 물지 않고 ‘줘’라고 말하거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물기 행동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면서도 아이를 ‘무는 아이’로 규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사들에게 행동의 결과만 기록하지 말고 행동이 나타나기 전 상황도 함께 관찰하도록 코칭합니다.
- 어떤 장난감을 두고 갈등이 시작되었는가?
- 친구가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가?
- 아이가 피곤하거나 배고픈 시간은 아니었는가?
- 행동 전에 아이가 표정이나 몸짓으로 신호를 보냈는가?
- 어떤 어른의 반응이 아이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
이렇게 관찰하면 단순히 “오늘 친구를 물었다”는 기록에서 벗어나 행동의 이유와 필요한 지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행동 속 마음을 읽는 4단계
1단계: 위험한 행동을 먼저 멈춥니다
친구를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위험한 행동은 즉시 멈춰야 합니다. 이때 긴 설명보다 짧고 분명한 말이 효과적입니다.
- “멈춰. 때리면 아파.”
- “장난감은 던지지 않아.”
- “엄마가 안전하게 잡아 줄게.”
2단계: 행동이 나타난 상황을 관찰합니다
행동만 보지 말고 그 앞뒤의 상황을 살펴봅니다.
-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 누가 가까이 다가왔는가?
- 무엇을 원했는가?
- 피곤하거나 배고프지는 않았는가?
- 주변의 소리와 자극이 너무 많지는 않았는가?
3단계: 아이의 마음을 짧게 말로 연결합니다
감정을 확정적으로 단정하기보다 아이의 반응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표현해 주세요.
- “자동차를 갖고 싶었구나.”
- “친구가 가까이 와서 불편했을까?”
- “더 놀고 싶었는데 끝나서 속상하구나.”
- “소리가 커서 놀랐나 보다.”
4단계: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행동을 알려 줍니다
“하지 마”라는 말만으로는 아이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세요.
-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기
- “싫어”라고 표현하기
- 손으로 가리키거나 원하는 물건을 보여 주기
- 부모나 교사의 손을 잡고 도움을 요청하기
- 기다리는 동안 사용할 다른 장난감을 선택하기
감정을 읽어 주는 것과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영아 감정 표현을 이해하는 것과 위험한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아이가 화가 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친구를 때리는 행동은 멈춰야 합니다. 장난감을 더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약속된 정리 시간은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부모는 다음 순서로 말할 수 있습니다.
“더 놀고 싶어서 화가 났구나. 화난 마음은 괜찮아. 하지만 장난감을 던질 수는 없어. 장난감은 여기에 내려놓자.”
감정은 인정하고, 행동에는 안전한 경계를 세우며, 대신할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영아 감정코칭의 핵심입니다.
아이에게 피해야 할 표현
행동을 아이의 성격이나 존재와 연결하는 말은 피해야 합니다.
- “너는 왜 이렇게 나쁘니?”
- “욕심이 너무 많아.”
- “너는 원래 고집이 세.”
- “친구를 무는 나쁜 아이야.”
- “이제 다 컸는데 왜 울어?”
대신 관찰한 행동과 필요한 경계를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 “친구가 가지고 있던 자동차를 가져왔구나.”
- “친구가 밀려서 놀랐어. 손은 멈추자.”
- “기다리기 어려웠구나. 엄마와 함께 기다려 보자.”
- “속상해서 울음이 나왔구나.”
이럴 때는 추가적인 관찰과 상담이 필요합니다
영아의 한두 번의 행동만으로 발달 문제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행동이 나타나는 상황과 빈도, 지속 기간,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어린이집 교사와 관찰 내용을 나누고, 필요하면 소아청소년과 또는 관련 전문가에게 상담받는 것이 좋습니다.
- 위험한 행동이 매우 자주 반복되는 경우
- 가정과 어린이집의 여러 상황에서 비슷한 어려움이 지속되는 경우
- 일상생활과 또래관계에 큰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
- 이전에 사용하던 말이나 사회적 반응이 줄어들거나 사라진 경우
- 부모가 아이의 발달이나 행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걱정되는 경우
행동을 바꾸기 전에 마음을 만나는 어른
영아 감정 표현을 이해하는 일은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이유를 살피고 더 안전한 표현 방법을 알려 주는 과정입니다.
영아의 행동은 때로 어른을 지치고 당황하게 합니다.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부모와 교사도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문제로만 바라보면 “왜 또 이래?”라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행동을 마음의 신호로 바라보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지금 무엇이 어려운 걸까?”
“이 행동 전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어떻게 알려 줄까?”
영아들을 오랫동안 만나면서 행동을 빨리 멈추게 하는 것보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더 안전한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행동만 바라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한 번 살펴보세요.
“이 아이는 지금 행동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어른이 그 질문을 놓치지 않을 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 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이의 감정을 읽어 주면 떼쓰기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
감정을 읽어 주는 것은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더 놀고 싶었구나”라고 마음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정리할 시간이야”라는 경계를 함께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부모가 정확히 모르면 어떻게 하나요?
정확한 감정을 맞히려고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속상했을까?”, “놀랐을까?”처럼 조심스럽게 말한 뒤 아이의 표정과 반응을 살펴보세요. 중요한 것은 정답보다 아이의 마음에 관심을 갖는 태도입니다.
친구를 물었을 때 바로 사과시켜야 하나요?
먼저 다친 아이를 보호하고 행동을 분명하게 멈춰야 합니다. 그다음 행동한 아이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짧게 설명하고, 물기 대신 사용할 말과 행동을 알려 주세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과만 반복시키는 것보다 관계를 회복하는 행동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을 관찰하려면 무엇을 기록해야 하나요?
행동이 나타난 시간과 장소, 행동 직전에 있었던 일, 아이가 보인 행동, 어른의 반응, 이후 아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간단히 기록하면 도움이 됩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