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아이가 친구를 물어요, 어린이집 원장은 부모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요?
“원장님, 우리 아이가 또 친구를 물었대요.”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다 보면 아이의 감정이나 행동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시는 부모님을 만납니다. 그중에서도 아이가 친구를 물었다는 이야기는 부모님의 마음을 유난히 무겁게 만듭니다.
친구를 다치게 했다는 미안함, 같은 행동이 반복될까 하는 걱정, 혹시 자신이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까지 여러 감정이 함께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도 두 돌 무렵 친구를 자주 무는 아이의 어머니와 상담을 나누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행동 때문에 속상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저는 그날 어머니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나는 아이의 발달을 이해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행동 뒤에 있는 아이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상담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와 이후 어린이집에서 관찰한 아이의 변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이 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발달 행동입니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저는 어머니에게 아이의 발달 특성을 먼저 설명해 드렸습니다.
“어머니, 이 시기에 볼 수 있는 발달 특징입니다. 어머니께서 아이의 발달 특징을 잘 알면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어요.”
두 돌 전후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빠르게 자라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거나 순간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은 아직 발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갖고 싶거나, 자신의 물건을 빼앗겼을 때 속상한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친구가 너무 가까이 다가와 불편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해 친구를 무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가 친구를 무는 이유가 언제나 화나 속상함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피곤함, 감각적인 자극에 대한 욕구, 흥분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행동이 나타난 상황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이 시기의 발달 특성을 말씀드리면서도 한 가지를 분명하게 설명했습니다.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은 그냥 두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가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친구를 무는 행동은 즉시 멈춰야 합니다. 다친 친구를 보호하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는 행동만을 문제 삼아 아이를 혼내는 것과 그 행동이 나타난 이유를 살피면서 적절한 표현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부모님이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이의 변화를 돕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행동 뒤에 있는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봐 주세요”
이어서 어머니에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행동을 보지 말고, 그 행동을 한 아이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를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아이가 친구를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님의 눈에는 ‘친구를 물었다’는 행동이 가장 크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행동이 나타나기 전에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서 속상했을까요? 친구와 가까이 있는 것이 불편했을까요?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어려웠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행동 하나만으로 알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표정과 몸짓, 물기 직전의 놀이 상황, 피로 상태 등을 관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간 직후 아이가 물었다면, 장난감을 더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사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장난감을 더 가지고 놀고 싶었구나. 속상했겠다.”
그리고 행동의 한계를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그래도 친구를 물면 아파. 무는 건 안 돼.”
아이가 진정한 뒤에는 다른 표현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더 놀고 싶으면 ‘내가 할래’라고 말해보자. 어려우면 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돼.”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과 행동의 한계를 알려주는 일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은 이해하되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행동에는 분명한 한계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상담 후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어머니께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엄마만 힘든 게 아니라, 내 아이도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어머니는 그동안 아이가 친구를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창피하고 미안하고 화가 났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가 그 순간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상담을 통해 두 돌 무렵 아이의 발달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 상담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어서 상담을 요청하시지만, 그 안에는 부모 자신의 걱정과 불안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은 행동의 원인을 설명하거나 지도 방법을 안내하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아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달라지면, 아이에게 건네는 말과 도움의 방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과 가정이 같은 방향으로 아이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이후 어린이집과 가정은 같은 방향으로 아이를 돕기로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친구를 무는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행동이 나타나기 전의 상황을 살펴보고, 감정을 읽어주며 다른 표현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무는 행동이 발생하면 먼저 아이들을 안전하게 분리하고 물린 친구를 돌보았습니다. 다친 부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 무는 행동을 한 아이에게도 짧고 분명하게 행동의 한계를 알려주었습니다.
피부가 손상된 물림 상처는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상처를 씻고 보호자에게 알리며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이후 아이가 진정하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반복해서 알려주었습니다.
- 감정 읽어주기: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서 화가 났구나.”
- 행동의 한계 알려주기: “그래도 무는 건 안 돼. 친구가 아파.”
- 다른 표현과 진정 방법 알려주기: “화가 날 때는 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말해도 돼. 쿠션을 꼭 안고 쉬어볼까?”
물론 감정을 읽어주는 말은 아이가 처한 상황과 반응을 살펴 적절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아이가 화가 났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상황을 먼저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이가 물려고 하는 순간에는 감정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먼저 행동을 멈추게 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가정에서도 어머니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바로 화를 내기보다 아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생각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느끼는 미안함과 속상함에만 머물렀다면, 이제는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순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어린이집과 가정에서 모두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일관되게 알려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말이나 몸짓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는 그 표현을 알아차리고 반응해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물지 마”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물고 싶어지는 순간에 대신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경험도 필요했습니다.
아이가 “화가 나”라고 말하고 쿠션을 안았던 날
상담과 지원을 이어간다고 해서 아이의 무는 행동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관찰했을 때 친구를 무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친구를 무는 행동 외에도 화가 나면 큰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가 난 아이가 이전처럼 소리부터 지르는 대신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했습니다.
“화가 나.”
그리고 쿠션을 꼭 끌어안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토닥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아이에게 쿠션을 안으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선생님과 엄마가 알려주었던 표현과 방법을 아이가 스스로 사용한 것입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참 반가웠습니다.
아이가 화를 느끼지 않게 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화가 날 수 있고,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이전에 배운 방법으로 스스로 진정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 의미 있었습니다.
어른의 도움을 받으며 연습했던 감정 표현과 조절 방법을 아이가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이런 장면이 한 번 나타났다고 해서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변화는 한 번의 성공보다 여러 상황에서 어떤 표현과 행동을 시도하는지 지속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날 아이가 보여준 작은 변화를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하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배움의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친구를 무는 아이, 행동이 달라질 때까지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요?
친구를 무는 행동이 반복되면 부모님은 언제쯤 그 행동이 사라질지 궁금해하십니다.
어린이집에서도 물기 행동이 줄어드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행동의 횟수만큼이나 아이가 새로운 표현 방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친구를 물기 전에 자신의 불편함을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려는가?
-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가?
- 화가 났을 때 이전에 배운 진정 방법을 시도하는가?
-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친구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경험이 늘어나고 있는가?
- 물기 행동이 나타나는 상황과 빈도에 변화가 있는가?
이러한 모습은 아이에게 어떤 지원이 도움이 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관찰 기준이 됩니다.
반대로 물기 행동이 지속되거나 반복적인 상해가 발생한다면 기존의 지원 방법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아이의 언어발달, 생활환경, 감각적인 요구 등을 함께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이를 이해한다는 이유로 다치는 상황을 반복해서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집은 예방적 관찰과 환경 조정, 즉각적인 안전 조치를 계속해야 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말
아이가 친구를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님의 마음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를 다치게 했다는 미안함도 크고, 내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을 가진 부모님께 상담실에서 전했던 두 가지 이야기를 다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두 돌 전후 아이의 무는 행동은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고, 발달 수준에 맞는 방법으로 도와주세요.
둘째, 행동만 보지 말고 그 행동 뒤에 있는 아이의 마음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아이가 속상하거나 화가 났다면 그 감정을 이해해 주되, 친구를 무는 행동은 분명하게 멈추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면 부모님 자신의 감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친구를 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거나 속상했다면, 그 마음을 먼저 알아차려 보세요. 부모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아야 아이의 행동을 차분하게 살펴보고 필요한 도움을 생각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과 가정이 아이의 행동을 함께 살펴보고 같은 방향으로 지원한다면, 아이는 새로운 표현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같은 행동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화가 나”라고 자신의 마음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스스로 진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저는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부모 상담이 아이의 잘못을 확인하고 부모의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아이를 함께 이해하고 필요한 도움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과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는 일은 서로 다른 방향이 아닙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행동의 한계를 알려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아이를 도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 자료
- 미국유아교육협회(NAEYC), Understanding and Responding to Children Who Bite — 영유아 물기 행동의 다양한 원인과 행동 지도 및 예방 방법.
- ZERO TO THREE, Toddler Biting: Finding the Right Response — 영아기 물기 행동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