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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감정교육, 아직 말을 못 하는데 어떻게 시작할까요?

읽는 시간 약 6분

아기와 잘 놀아주고 싶어서 눈앞의 장난감을 설명하고, 노래도 부르고, 쉬지 않고 말을 걸어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기는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몸을 돌립니다. 부모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걸까?’ 하고 생각하지요.

이럴 때는 말을 더하기 전에 잠깐 멈춰 보세요. 아기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방금 들은 말에 어떤 표정과 움직임으로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아기 정서교육은 어른의 말을 알아듣고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아기의 작은 표현을 알아차리고 반응하며, 아기가 다시 표현할 기회를 주는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기의 표정과 몸짓도 대화의 시작입니다

아기는 말문이 트이기 전부터 소리와 움직임으로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습니다. 부모를 보며 옹알이하거나, 관심 있는 물건에 손을 뻗거나, 불편할 때 울음을 터뜨립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는 아이의 신호에 어른이 반응하고 다시 아이의 반응으로 이어지는 교류를 ‘서브 앤드 리턴(Serve and Return)’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말로는 ‘주고받는 상호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류는 초기 언어와 사회적 능력, 정서적 안녕을 뒷받침하는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창밖의 나뭇잎을 보며 손을 뻗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어른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잎이 흔들리네”라고 말합니다. 잠시 뒤 아기가 다시 손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면, 어른이 그 반응을 받아줍니다.

아직 단어를 말하지 않아도 서로 관심을 나누는 대화는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말을 건넸다면 아기가 반응할 자리를 남겨주세요

어른은 아기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설명을 계속 이어가기 쉽습니다.

“공이네. 빨간 공이지? 데굴데굴 굴러가네. 이건 무슨 색일까? 이번에는 자동차를 볼까?”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아기의 반응을 보기 전에 다음 말과 놀이로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아기가 공을 바라본다면 “공이 굴러가네”라고 말한 뒤 잠깐 기다려 보세요. 공에 손을 뻗는지, 어른을 바라보는지, 소리를 내는지 살펴봅니다. 손을 뻗으면 공을 가까이 놓아주고, 소리를 내면 비슷한 소리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기다림은 아기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아기가 자기 방식으로 참여할 기회를 주는 시간입니다. 반드시 웃거나 눈을 맞추거나 옹알이해야 대화가 잘된 것도 아닙니다.

일상에서는 이렇게 주고받아 보세요

특별한 교구나 긴 놀이 시간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아래 예시처럼 이미 함께하고 있는 순간에 짧은 교류를 더해 보세요.

옹알이를 들었을 때

아기가 편안하게 누워 “우—” 하고 소리를 냅니다. 어른도 부드럽게 “우—” 하고 받아준 뒤 잠깐 기다립니다. 아기가 입을 움직이거나 다시 소리를 내면 미소로 반응합니다.

새로운 단어를 계속 들려주려고 애쓰기보다, 지금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림책의 한 장면을 오래 볼 때

아기가 그림책 속 강아지를 손으로 만집니다. 그 옆을 가리키며 “강아지네. 멍멍” 하고 짧게 말합니다. 아기가 계속 만지고 있다면 바로 다음 장으로 넘기지 않고 함께 바라봅니다.

책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 지금 아기가 관심을 보이는 장면에서 교류를 이어가 보는 것입니다.

놀이 중 갑자기 큰 소리가 났을 때

장난감이 떨어지는 소리에 아기가 몸을 움찔하고 부모를 바라봅니다. 부모는 가까이에서 “쿵 소리가 났네. 놀랐니?”라고 조용히 말하며 반응을 살핍니다. 아기가 손을 뻗으면 안아줄 수 있습니다.

감정을 정확히 맞혀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이는 상황을 말로 짚어주고, 아기가 편안해지는 데 필요한 도움을 찾아주세요.

고개를 돌릴 때는 더 열심히 놀아주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고받는 상호작용에는 시작뿐 아니라 멈추는 순간도 있습니다. 아기가 장난감을 놓거나 다른 곳으로 관심을 옮기면, 지금 하던 놀이를 마치고 싶은지 살펴보세요.

예를 들어 까꿍놀이를 하다가 아기가 몸을 돌렸다면 “까꿍! 여기 봐!”를 더 크게 반복하기보다 잠시 멈출 수 있습니다. 다시 다가오는지, 다른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지 지켜보는 것입니다.

몸을 돌리는 행동 하나만으로 이유를 단정하지는 마세요. 졸리거나 불편한지, 자극이 많았는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필요한 돌봄이 있다면 놀이를 이어가는 것보다 먼저 챙겨주세요.

잘 반응하려면 부모에게도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기의 신호를 살피라는 말을 들으면 하루 종일 집중해야 할 것처럼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버드의 실천 자료에서도 모든 시간을 상호작용에 쓸 수는 없으며, 일상 속 짧은 기회를 찾도록 안내합니다.

부모가 지치고 마음이 급하면 아기의 작은 반응을 기다리기 어렵습니다. 이를 의지의 문제로만 여기기보다, 돌봄을 나누고 잠시 쉴 수 있는 여건도 함께 살펴보세요.

오늘 실천할 장면은 작게 정해도 좋습니다. 옷을 입힌 뒤 아기가 내는 소리를 한 번 받아주거나, 함께 앉아 아기가 바라보는 물건을 잠깐 같이 보는 정도로 시작해 보세요.

“오늘 얼마나 많이 가르쳤지?”보다 “아기가 먼저 보여준 것에 내가 어떻게 반응했지?”를 떠올려 보면 실천 방향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아기 정서교육은 함께 주고받는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말을 못 하는 아기에게도 자신의 표현을 누군가 알아차리고 받아주는 경험은 중요합니다. 어른이 먼저 말을 건네는 것과 함께, 아기의 표정과 움직임을 보고 다음 반응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기가 관심을 보이면 함께 바라보고, 짧게 반응한 뒤, 아기의 차례를 기다려 주세요. 더 하고 싶어 하면 이어가고, 쉬고 싶어 보이면 잠시 멈추면 됩니다.

오늘 아기에게 말을 건넨 뒤에는 한 문장을 더 보태기 전에 잠깐 기다려 보세요. 그 사이에 나오는 작은 소리와 몸짓이 다음 대화를 시작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온 자람
영유아의 감정과 관계, 놀이 속 사회정서 발달을 부모와 교사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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