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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지치면 아이의 감정도 달라질까? 교사 스트레스와 영아 사회정서 발달

읽는 시간 약 15분

교사의 정서 상태는 영아와의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1·2세 영아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의 표정, 목소리, 기다림과 같은 반응을 통해 정서를 조절하는 경험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연구를 바탕으로 교사 스트레스와 영아 사회정서 발달의 관계를 살펴보고, 어린이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원 방법을 알아봅니다.

아침 등원 시간이 한창입니다.

한 아이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울고 있고, 다른 아이는 교사의 손을 잡아당기며 함께 놀자고 합니다. 또 다른 아이는 친구가 가지고 있던 놀잇감을 가져가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평소라면 교사는 아이 가까이에 앉아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보고 싶구나.”
“선생님이 여기 있어.”
“친구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이었네. 같이 보자.”

하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날에는 같은 상황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제 그만 울자.”
“잠깐만 기다려.”
“친구 것 빼앗으면 안 돼.”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좋은 교사가 아니어서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날 교사에게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받아 줄 수 있는 정서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일 수 있습니다.

영아의 사회정서 발달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 주는 교사의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영아는 말보다 먼저 교사의 반응을 경험합니다

1·2세 영아는 자신의 감정을 어른처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속상하면 울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몸을 바닥에 눕히기도 하며,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친구가 가지고 있는 놀잇감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어른의 눈에는 ‘문제행동’처럼 보이는 행동도 영아에게는 아직 충분히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때 교사는 영아의 감정을 대신 읽어 주는 사람이 됩니다.

“속상했구나.”
“네가 하고 싶었구나.”
“친구가 가져가서 화가 났네.”

아이가 혼자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 안정된 성인이 곁에서 아이의 감정을 받아 주고 진정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공동조절(co-regulation)이라고 합니다.

영아에게 자기조절을 요구하기 전에 어른과 함께 감정을 조절해 보는 경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따라서 영아에게는 교사의 말 한마디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말의 속도, 목소리의 크기, 기다려 주는 시간, 표정, 아이에게 다가가는 방식까지 모두 정서적 경험의 일부가 됩니다.

그런데 교사도 언제나 여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어린이집 교사의 하루를 떠올려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등원하는 아이를 맞이하고, 놀이를 지원하고, 식사와 간식을 돕고, 기저귀를 갈고, 낮잠을 지원합니다. 그 사이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안전도 살펴야 합니다.

특히 영아반에서는 한 아이를 달래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다른 아이가 교사를 필요로 하는 일도 흔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교사는 자신도 모르게 정서적으로 지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지친 상태에서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지금 도움이 필요한가 보다.”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지쳐 있을 때는 “왜 자꾸 이러지?”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같아도 교사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 에너지에 따라 반응할 수 있는 폭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가 보여주는 교사의 정서와 상호작용

최근 유아교육 분야의 연구에서는 교사의 스트레스와 정서적 소진을 단순히 교사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습니다.

교사와 아이의 관계, 교실 상호작용, 동료와 기관의 지원, 교사의 정서조절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교사가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할수록 아이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더 크게 느끼거나 상호작용의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었고, 직장 내 지원과 정서조절 전략이 이러한 부담과 관련된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교사의 정서적 소진과 교실에서 나타나는 아이들의 행동을 서로 완전히 분리해서 보기보다 같은 환경 안에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교사가 지치면 반드시 아이의 문제행동이 증가한다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아이의 행동 때문에 교사가 소진된다고 단순하게 원인과 결과를 정해서는 안 됩니다.

교사와 아이의 행동은 관계, 환경, 업무량, 교실 구성, 기관의 지원 등 여러 조건의 영향을 함께 받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를 1·2세 영아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교사 스트레스와 정서적 소진을 다룬 연구 가운데 상당수는 유아교육기관이나 Head Start 교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해당 연구의 결과를 1·2세 영아에게 그대로 적용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영아기 발달의 특성을 생각하면 교사의 안정적인 반응과 공동조절이 왜 중요한지는 충분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1·2세 영아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언어로 설명하거나 혼자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성인의 표정과 목소리, 몸짓, 기다림을 통해 감정을 이해하고 안정감을 경험합니다.

결국 영아의 사회정서 발달을 지원한다는 것은 별도의 ‘감정교육 시간’을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울 때 교사가 어떻게 다가가는지, 친구와 갈등할 때 얼마나 기다려 주는지, 실패했을 때 어떤 목소리로 이야기하는지가 모두 영아에게는 사회정서적 경험이 됩니다.

지친 날, 교사의 반응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교사의 스트레스는 반드시 큰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의 아주 작은 변화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다림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신발을 신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잠시 기다려 주었을 교사가 바쁜 날에는 “선생님이 해줄게.”라고 말하며 대신해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어린이집에서는 일정과 안전을 위해 교사가 빠르게 도와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면 아이가 스스로 시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고 성취감을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질문보다 지시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고 싶어?”라는 말보다

“이거 해.”
“여기 앉아.”
“그러면 안 돼.”

와 같은 표현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교사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교사는 자신의 말을 잠깐 돌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나는 아이에게 질문을 많이 했을까, 지시를 많이 했을까?”

이 한 가지 질문만으로도 자신의 상호작용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행동만 보고 그 뒤의 마음을 놓치기 쉽습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던졌습니다.

안전을 위해 먼저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장난감은 던지지 않아.”

그리고 그다음 한 가지를 더 살펴봅니다.

“이 아이는 왜 던졌을까?”

하고 싶은 놀이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친구와 갈등이 있었을 수도 있으며, 피곤하거나 배가 고팠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정서 지원은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을 허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동에는 경계를 세우면서도 그 행동 뒤에 있는 감정은 읽어 주는 것입니다.

교사가 힘들 때 필요한 것은 ‘더 잘하세요’가 아닙니다

교사의 정서적 소진을 이야기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 책임을 다시 교사 개인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교사가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아이 앞에서는 항상 웃어야 합니다.”
“전문가니까 참아야 합니다.”

이런 말만으로는 교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교사가 안정적으로 아이를 만날 수 있으려면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동료의 협력, 원장의 지원, 업무환경, 휴식, 전문성 지원 등 기관 차원의 조건도 함께 필요합니다.

교사의 사회정서 역량을 높인다는 것은 감정을 무조건 참도록 훈련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다시 아이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아이의 행동보다 먼저 교사의 상태를 점검합니다

힘든 상황이 반복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왜 저 아이는 계속 저럴까?”

이 질문과 함께 한 가지 질문을 더해 보면 좋습니다.

“지금 나는 이 아이를 기다려 줄 여유가 있는가?”

이 질문은 교사의 잘못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질문입니다.

감정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먼저 확인합니다

아이가 울 때 빨리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되면 교사도 조급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의 감정을 확인해 줍니다.

“속상했구나.”
“엄마가 보고 싶구나.”
“네가 먼저 하고 싶었구나.”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은 아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감정은 받아 주되 필요한 행동의 경계는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를 민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화가 났구나. 그래도 친구를 밀 수는 없어. 선생님이 같이 도와줄게.”

감정의 인정과 행동의 경계가 함께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교사 개인이 아니라 팀이 정서를 돌봅니다

원장은 교사의 지친 표정을 보며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어떤 순간이 가장 힘들었어요?”
“같은 상황이 다시 생기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하루 중 가장 버거운 시간은 언제인가요?”

이런 질문은 교사의 감정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찾기 위한 질문입니다.

어떤 날은 동료가 잠시 역할을 바꿔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아이의 행동을 함께 관찰하고 해결 방법을 의논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정서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린이집이라면 아이의 감정뿐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어른의 감정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교사가 실수한 뒤에도 사회정서교육은 이어집니다

교사는 매일 차분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모든 감정을 정확하게 읽을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커질 수도 있고, 충분히 기다려 주지 못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반응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알아차리고 다시 연결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선생님이 아까 너무 급하게 이야기했네.”
“다시 이야기해 보자.”

교사가 자신의 반응을 돌아보고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모습을 경험하는 것 역시 아이에게 의미 있는 사회정서적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영아 사회정서교육은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사회정서교육이라고 하면 감정카드를 보여주거나 감정 이름을 가르치는 활동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1·2세 영아에게 사회정서교육은 훨씬 일상적인 곳에서 시작됩니다.

울고 있는 아이 옆에 앉아 주는 것,
아이의 말을 기다려 주는 것,
화난 마음을 대신 말로 표현해 주는 것,
실패한 아이에게 다시 해볼 시간을 주는 것,
친구와 갈등할 때 두 아이의 마음을 함께 읽어 주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는 교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아의 정서를 돌보려면 교사의 정서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아이에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전에, 그 아이의 감정을 받아 줄 어른에게 충분한 정서적 여유가 있는지 돌아보는 것.

그것이 어린이집 사회정서교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출발점입니다.

우리 어린이집에서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오늘 나는 아이에게 “빨리”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했나요?
  • 평소보다 유난히 힘들게 느껴지는 아이가 있다면 나의 현재 정서 상태도 함께 살펴보았나요?
  •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한 뒤 그 행동 뒤에 있는 감정까지 읽어 주었나요?
  •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교사가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은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나요?
  • 동료 교사가 힘들어할 때 말뿐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할 방법이 있나요?

아이의 사회정서 발달을 지원하는 일은 결국 아이와 교사가 함께 안정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참고자료

  • Teacher–Child Relationships and Perceived Stress Among Head Start Teachers: Examining the Moderating Roles of Emotion Regulation and Workplace Support, Child & Youth Care Forum.
  • Testing the Mediational Role of Classroom Interactions in the Dynamic Interplay Between Teacher Emotional Exhaustion and Children’s Disruptive Behavior, Early Education and Development.
  • Emotion Socialization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 How Preschool Teachers Support Children’s Emotion Regulation,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Research, Practice, and Policy.
  • How Are Early Head Start Teachers’ Professional Development Experiences Associated with Their Work-Related Stress and Qualities of Teacher-Child Interactions?, Early Childhood Research Quarterly.
  • 교육부, 2024 개정 표준보육과정(0~2세) 및 현장지원자료.
마음온 자람
영유아의 감정과 관계, 놀이 속 사회정서 발달을 부모와 교사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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