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 언제부터 기다릴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는 왜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할까요?”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려고 앞에 있는 친구를 밀고 들어가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바로 빼앗으려고 합니다.
간식을 나누어 줄 때에도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손부터 내밉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부모는 걱정합니다.
“친구들과 지내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데…”
“계속 양보하지 않고 먼저 하려고 하면 어떡하지?”
“이제 두 살인데 차례 정도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영유아에게 ‘기다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능력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기다려”라는 말을 많이 듣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은 기다림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자기 차례가 다시 온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차례 기다리기는 단순한 예절이 아닙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차례를 기다리는 행동이 아주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여러 가지 능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하지 않고 멈추기
● 다른 사람에게도 차례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 내 차례가 다시 올 것이라고 예상하기
● 기다리는 동안 생기는 답답함을 견디기
● 어른의 말이나 규칙을 기억하기
즉, 차례 기다리기는 단순히 예절을 배우는 문제가 아니라 충동조절, 자기조절, 언어 이해, 사회적 경험이 함께 발달해야 가능한 능력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버릇이 없다”거나 “이기적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는 언제부터 기다릴 수 있을까요?
정확히 몇 살이 되면 갑자기 잘 기다리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다리는 능력은 아이가 자라면서 조금씩 발달합니다.
만 1세 무렵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지금 바로 하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강합니다.
친구가 장난감을 가지고 있어도 기다렸다가 사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른이 “친구가 하고 나면 하자”라고 말해도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행동을 멈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아이에게 긴 기다림을 요구하기보다 어른이 가까이에서 상황을 조절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민수가 자동차를 타고 있네. 우리 이 자동차를 가지고 기다려볼까?”
처럼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을 제안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만 2세 무렵
만 2세가 되면 아이는 조금씩 ‘나와 다른 사람’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친구 차례”, “내 차례”라는 말도 경험을 통해 알아갑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항상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장난감이 눈앞에 있으면 손이 먼저 나가고, 자신의 차례가 늦어지면 울거나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주 짧은 기다림을 성공해 보는 경험입니다.
예를 들어 공을 주고받으며
“선생님 차례.”
“이제 ○○ 차례.”
라고 반복하면 아이는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차례의 개념을 경험하게 됩니다.
ZERO TO THREE는 24~36개월 아이들이 자기조절 능력을 크게 발달시키는 시기이지만, 여전히 원하는 행동을 스스로 멈추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만 3세 이후
세 살을 지나면서 아이는 친구와 함께 놀이하는 경험이 늘어나고 규칙을 이해하는 능력도 발달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친구가 먼저 하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다.”
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흥미가 매우 높은 장난감이나 놀이에서는 기다리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 3세가 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차례를 잘 지켜야 한다고 기대하기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어른의 도움 없이 성공하는 경험이 늘어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다려”라는 말만으로는 기다림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차례를 지키지 못할 때 어른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다려.”
하지만 두 살 아이에게 “기다려”는 매우 추상적인 말입니다.
아이는 궁금합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언제 내 차례가 오는지,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다림을 가르칠 때는 시간과 순서를 눈에 보이고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례 기다리기를 가르치는 다섯 가지 방법
기다리는 시간을 아주 짧게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5분, 10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영아에게는 몇 초의 기다림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공을 굴리는 놀이를 하면서
“엄마 차례.”
“이제 ○○ 차례.”
라고 말하며 한 번씩 주고받아 보세요.
이 짧은 경험이 기다림의 시작입니다.
‘누구 차례인지’를 말로 알려주세요
아이에게 그냥 “기다려”라고 하기보다 순서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지금은 친구 차례야. 친구가 한 번 하고 나면 ○○ 차례야.”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이가 언제 자신의 차례가 오는지 예상하기가 쉬워집니다.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을 주세요
영아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가 미끄럼틀 타고 내려오는 동안 우리 하나, 둘 세어볼까?”
또는
“친구가 자동차를 타는 동안 우리는 빨간 자동차를 굴려볼까?”
라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ZERO TO THREE 역시 어린아이에게 기다리는 시간을 짧게 하고,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제공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차례가 돌아왔을 때 바로 알려주세요
아이에게 기다림을 가르칠 때 특히 중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기다린 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는 경험입니다.
“기다렸네. 이제 ○○ 차례야!”
라고 바로 알려주세요.
아이에게는 이 경험이 쌓여야
“기다리면 나에게도 차례가 오는구나.”
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잘 기다린 순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기다린 뒤에는 단순히 “잘했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가 무엇을 잘했는지 알려주세요.
“친구가 하는 동안 기다렸구나.”
“하고 싶었는데 잠깐 기다려줬네.”
“친구 차례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이제 네가 하는구나.”
이런 말은 아이가 자신의 행동과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연결하도록 도와줍니다.
장난감을 빼앗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살 아이가 친구의 장난감을 갑자기 빼앗았습니다.
이때 바로
“친구 것 빼앗으면 안 되지!”
라고 야단치기보다 행동은 막아주면서 상황을 짧게 설명해 주세요.
“자동차가 갖고 싶었구나. 그런데 지금은 친구가 사용하고 있어.”
그리고 다음 행동을 알려줍니다.
“친구가 한 번 하고 나면 ○○가 하자.”
아이가 화를 내거나 울 수도 있습니다.
그때도
“하고 싶어서 속상하구나. 선생님이 같이 기다려줄게.”
라고 말하며 감정은 받아주되 친구의 물건을 빼앗는 행동은 막아줍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원하는 마음은 괜찮지만 원하는 것을 언제나 바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기다리지 못한다고 일부러 친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른은 아이가 계속 먼저 하려고 하면
“욕심이 너무 많아요.”
“양보를 못 해요.”
“친구 생각을 안 해요.”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특히 1~2세 아이에게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는 마음의 문제라기보다 자신의 욕구를 멈추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ZERO TO THREE도 18개월 전후의 영아는 아직 기다리기, 공유하기, 차례 지키기에 필요한 자기조절 능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아이에게
“왜 친구 차례를 안 기다려?”
라고 묻기보다
“기다릴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줄까?”
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차례 기다리기는 놀이 속에서 가장 잘 배웁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연습을 따로 교육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 놀이 속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 공을 서로 굴려주기
● 블록을 하나씩 번갈아 쌓기
● 비눗방울을 한 번씩 불어보기
● 자동차를 한 번씩 굴려보기
● 그림책 페이지를 번갈아 넘기기
● 악기를 한 번씩 연주하기
이런 놀이는 아이가 재미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내 차례-상대방 차례-다시 내 차례’의 반복을 경험하게 합니다.
차례 지키기 놀이 자체가 자기조절을 연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영유아 발달 자료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부모가 기억하면 좋은 한 가지
차례를 기다리는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몇 초 기다리기 → 한 번 기다리기 → 짧은 순서 기다리기 → 친구와 차례를 주고받기
이런 작은 경험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자랍니다.
두 살 아이가 기다리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가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오늘 아이가 친구보다 먼저 하려고 달려갔다면
“왜 또 못 기다려?”
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말해보세요.
“하고 싶구나. 지금은 친구 차례야. 친구가 하고 나면 네 차례야. 같이 기다려보자.”
기다림은 참는 힘을 강요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기다려도 내 차례가 돌아온다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지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경험들이 쌓여 아이는 점차 친구와 함께 놀이하고,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고, 다른 사람의 차례도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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