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양보, 시키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파란 블록이 알려준 나눔의 기쁨
📌 이 글에서 알 수 있어요
① 장난감 양보를 시키면 아이 마음에 무엇이 남는지
② 아이가 스스로 나눌 때 어른이 해야 할 일
③ 나눴을 때, 나누지 않았을 때 건넬 수 있는 말
파란 블록 하나를 건네기까지
저희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사회정서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올여름에는 ‘기쁨’이라는 감정을 주제로 1세 반(만 1세, 두 돌 무렵) 아이들과 기쁨을 만나고, 느끼고, 알아가고, 표현하는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선생님이 기록해 둔 장면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한 아이가 파란색 블록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블록이 모자랐습니다. 아이는 옆에서 놀던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 “파란색 하나만 줄래?”
친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손에 든 블록을 쥐고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파란 블록 하나를 친구에게 건넸습니다. 블록을 주고받은 두 아이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잠시 생각했다’는 것의 의미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몇 초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짧은 순간이 아이에게는 아주 큰 고민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나도 갖고 싶은 마음: 나도 지금 이 블록으로 놀고 있는데
-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친구는 파란 블록이 필요하대
두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블록을 건넨 것은, 두 돌 무렵 아이로서는 큰 마음을 먹은 결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주고 나니 기쁨이 살아났습니다. 내가 나눴더니 기뻤다는 경험, 이것이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큰 배움이 됩니다.
어른이 먼저 “친구 줘야지” 했다면
만약 아이가 고민하던 그 순간, 옆에 있던 어른이 “친구한테 하나 줘야지” 하고 먼저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아이는 블록을 건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 아이 마음에 남는 것은 기쁨보다 서운함일 것입니다. 나도 갖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받지 못했으니까요.
어른이 시켜서 한 양보는 ‘해야 하는 일’로 남고, 아이가 스스로 고민해서 한 나눔은 ‘기쁜 경험’으로 남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같아도, 아이 마음에 남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아이가 고민할 때, 어른이 할 일
① 고민하는 동안: 기다려 주기
아이가 장난감을 쥐고 망설일 때, 어른이 할 일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그 망설임은 아이가 내 마음과 친구 마음을 함께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② 나눠 주었을 때: 아이의 마음과 친구의 마음을 이어 주기
💬 “블록이 필요했을 텐데 친구에게 한 개 줬구나. 친구가 너무 고마울 것 같아.”
이 한마디에는 세 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필요했을 텐데”), 아이가 한 일을 그대로 말해 주고(“한 개 줬구나”), 친구의 마음까지 연결해 줍니다(“고마울 것 같아”). 아이는 이 말을 들으며 내가 한 일이 친구에게 기쁨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③ 나눠 주지 않았을 때: 아이의 선택도 존중하기
한참 고민하다가 주지 않기로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먼저 가지고 놀던 아이에게는 그 장난감이 필요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 “먼저 블록을 가지고 놀아서 블록이 필요하구나. ○○이가 블록이 필요한데, 조금 기다리라고 할까? 언제 줄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주지 않는 선택은 존중하면서, 친구의 마음은 전해 주고, 언제 나눌지는 아이가 스스로 정하도록 질문으로 건네는 말입니다. 나눔의 문은 닫지 않고 열어 두는 것이지요.
1세 반 아이들이 보여준 또 다른 기쁨
기쁨 활동을 하는 동안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내 기쁨을 넘어 친구의 마음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여러 번 발견했습니다.
- 친구들 사진 속 웃는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던 중, 울고 있는 친구 사진에는 스티커를 붙여 주고 토닥토닥 위로해 준 아이
- 좋아하는 노래를 서로 먼저 하려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앉아서 박수로 친구를 응원한 아이들
- 활동을 겁내던 친구가 용기 내어 참여하자 “최고!” 하며 엄지를 내민 아이
- 한 아이가 선생님 무릎에 안기자 여러 아이가 몰려와 함께 앉으니 더 행복해진 순간
두 돌 무렵의 아이들도 친구의 기쁨과 슬픔을 알아차리고, 친구를 위해 내 마음을 잠시 미뤄 둘 줄 압니다. 어른이 그 마음이 자랄 시간을 기다려 준다면요.
어린이집에서 기쁨을 배우는 네 단계
1세 반에서는 이런 흐름으로 기쁨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① 기쁨 만나기
그림책 『너는 기적이야』를 함께 읽고, 물총놀이나 노래를 할 때 선생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찾아보았습니다.
② 기쁨 느끼기
높은 곳에 스스로 올라갔을 때, 친구와 기차 여행 상상놀이를 할 때, 좋아하는 간식을 맛볼 때처럼 놀이와 일상 속 기쁨을 선생님이 말로 비춰 주었습니다.
③ 기쁨 알아가기
벽에 붙인 친구들의 놀이 사진에서 웃는 얼굴, 기뻐하는 모습을 찾아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사진을 보며 표정을 따라 웃거나 “웃고 있네” 하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④ 기쁨 표현하고 조절하기
좋아하는 노래와 율동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반을 나누어 노래하는 친구를 기다리며 응원했습니다. 기쁨도 때로는 잠시 참고 친구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아이가 자라면 기쁨 교육은 이렇게 확장돼요
0세 · 선생님의 웃음, 말, 몸짓을 따라 하며 기쁨을 경험해요
2세 · 친구와 함께하는 ‘우리 반 최고 놀이’에서 기쁨을 찾아요
3세 · 그림책을 읽고 “어디에서 기쁨을 찾았니?” 질문에 답해요
4세 · ‘기뻐요, 신나요, 행복해요’ 같은 감정 어휘로 기쁨을 말해요
5세 · 기쁨의 맛, 소리, 느낌을 떠올리며 ‘기쁨의 노래’를 만들어요
어른의 기쁨이 아이 기쁨의 출발점
이번 활동을 마치고 1세 반 선생님은 이런 소감을 남겼습니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보며 저 또한 잊고 있던 웃음과 행복을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활동을 하며 선생님이 먼저 기쁨을 느낄 때, 그 기쁨이 아이들에게 전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작은 나눔을 엄마 아빠가 진심으로 기뻐해 줄 때, 아이는 나눔이 기쁜 일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배웁니다.
장난감 양보를 고민하는 부모님께
놀이터에서, 키즈카페에서, 친척 집에서 아이가 장난감을 꼭 쥐고 놓지 않으면 부모님 마음이 급해집니다. 다른 부모님 눈치가 보이고, 우리 아이가 욕심이 많은 건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두 돌 무렵 아이가 장난감을 지키려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도 충분히 기다려 주면, 파란 블록을 건넨 아이처럼 스스로 나눌 줄 압니다.
✅ 장난감 양보, 이렇게 해 보세요
재촉하지 않기 · “줘야지” 대신 아이가 고민할 시간을 기다려 주세요
나눴을 때 · “필요했을 텐데 줬구나. 친구가 고마울 것 같아.”
나누지 않았을 때 · “필요하구나. 언제 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기뻐하기 · 아이의 작은 나눔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세요
나눔은 가르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눠 보니 기뻤던 경험이 쌓여서 자랍니다. 오늘은 아이가 장난감을 쥐고 망설일 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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