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 그림책으로 배우는 기다리기와 듣기
말할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버릇이 없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4~5세 아이가 대화에 끼어드는 행동에는 빨리 말하고 싶은 마음, 생각을 잊을까 봐 생기는 조급함, 아직 발달 중인 자기조절 능력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림책을 활용해 기다리기와 듣기를 가르치는 방법과 부모와 교사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대화 문장을 알아봅니다.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른은 “기다려”, “친구 말부터 들어야지”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잠시 멈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끼어들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 이유는 아이가 규칙을 몰라서만은 아닙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기억하면서 상대의 말을 듣고, 자신의 행동을 멈춘 뒤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는 일에는 여러 능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차례 기다리기는 조용히 앉아 있는 훈련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도 잃지 않고, 대화가 오가는 흐름에 참여하는 사회정서 능력입니다.
말을 끊는 행동을 버릇으로만 판단하지 마세요
아이가 대화 중간에 끼어드는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행동이 나타난 상황을 살펴보면 이유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라 빨리 말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생각을 잊을까 봐 불안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의 말이 언제 끝났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질문을 들으면 바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여러 사람이 말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차례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말로 표현하는 데 시간이 걸려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왜 자꾸 끼어들어?”라고 꾸짖기보다 아이가 어느 상황에서 기다리기 어려워하는지 먼저 관찰해야 합니다. 즐거워서 서둘러 말하는지, 차례를 몰라서 끼어드는지, 자신의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반복하는지에 따라 지원 방법이 달라집니다.
기다리기와 듣기는 함께 배워야 합니다
아이에게 기다리기만 강조하면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행동에 그칠 수 있습니다. 대화에 필요한 기다림은 앞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음 말을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상대의 말을 듣고 관련된 내용을 말하려면 다음과 같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 지금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잠시 행동을 멈추기
- 들은 내용에서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기
-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하기
- 내가 말한 뒤 다시 다른 사람에게 차례를 넘기기
차례를 기다리는 힘은 한 번의 설명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짧은 대화를 반복하며 듣고 말하고 다시 기다리는 흐름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림책이 대화 차례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
그림책은 아이들이 같은 장면을 함께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의 대상을 제공합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막막한 대화보다 그림 속 인물과 사건을 보며 말할 때 참여 방법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교사는 그림이 분명하게 보이는 장면에서 멈추고 한 아이에게 질문한 뒤, 다음 아이에게 차례를 넘길 수 있습니다. 아이는 친구의 대답을 들으며 같은 그림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실도 경험합니다.
그림책을 끝까지 읽은 후 많은 질문을 한꺼번에 하기보다 한 장면에서 짧게 멈추고 두세 명이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이 좋습니다. 대화가 길어지면 기다림 자체가 아이에게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례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 주세요
“기다려”라는 말은 아이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주지 못합니다. 아직 보이지 않는 대화 규칙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에게는 차례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기다려요’, ‘들어요’, ‘말해요’ 그림카드를 준비해 보세요. 글자를 읽지 못해도 손바닥, 귀, 말풍선처럼 의미가 분명한 그림을 사용하면 됩니다.
- 기다려요 카드: 지금은 다른 사람의 차례임을 알려 줍니다.
- 들어요 카드: 말하는 사람의 내용을 듣는 시간임을 보여 줍니다.
- 말해요 카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차례임을 알려 줍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사용할 ‘도와주세요’ 카드는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 카드는 도움 요청 자체를 다시 가르치기보다 “질문을 다시 말해 주세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처럼 대화에 계속 참여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4~5세 그림책 대화에 적용하는 12분 활동
활동명: 기다리고, 듣고, 말해요
대상: 4~5세
목표: 그림책 대화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 뒤 생각을 표현합니다.
준비물: 장면과 표정이 분명한 짧은 그림책, ‘기다려요·들어요·말해요’ 그림카드
활동 시간: 약 12분
1단계, 세 가지 행동 알아보기—2분
교사는 그림카드를 한 장씩 보여 주며 오늘 사용할 대화 방법을 소개합니다.
“친구가 말할 때는 ‘들어요’ 카드를 봐요. 내 생각이 떠올라도 잠깐 ‘기다려요’를 하고, 내 차례가 되면 ‘말해요’를 사용해요.”
설명만 듣게 하지 말고 교사와 아이가 한 번씩 짧게 시범을 보여 주세요.
2단계, 그림책 장면 함께 보기—4분
이야기를 길게 읽기보다 아이가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장면에서 한두 번 멈춥니다. 처음에는 두 아이에게만 차례로 질문합니다.
“먼저 ○○의 생각을 들어 볼게. △△는 어떤 카드를 들고 기다리면 좋을까?”
“○○가 말한 것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니?”
두 번째 아이에게 첫 번째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해”라고 말하는 것도 듣고 반응하는 방법임을 알려 주세요.
3단계, 차례 신호 연습하기—3분
교사는 그림책 속 한 장면을 보여 주고 두 아이가 모두 말하고 싶어 할 만한 질문을 합니다.
“두 친구 모두 생각이 떠올랐구나. 누가 먼저 말할지 카드를 보고 정해 보자.”
기다리는 아이에게는 생각을 잊지 않도록 손가락 하나를 펴거나 작은 ‘생각 카드’를 손에 쥐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내 생각이 있고, 곧 말할 차례가 온다”는 것을 눈에 보이게 해 줍니다.
4단계, 오늘의 대화 돌아보기—3분
활동이 끝나면 누가 가장 오래 기다렸는지 평가하지 말고 자신이 사용한 방법을 돌아보게 합니다.
“친구가 말할 때 어떤 카드를 사용했니?”
“기다리면서 네 생각을 어떻게 기억했니?”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었니?”
대답하기 어려운 아이는 카드를 가리키거나 몸짓으로 표현해도 됩니다.
아이가 대화에 끼어들 때 사용할 수 있는 말
아이의 말을 즉시 막기보다 말하고 싶은 마음을 먼저 알아차린 뒤 차례를 알려 주세요.
“말하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구나. 지금은 친구 차례야. 네 생각은 이 카드와 함께 잠깐 기다려 줄게.”
“잊어버릴까 봐 빨리 말하고 싶구나. 손가락 하나를 펴고 기억해 보자. 다음은 네 차례야.”
“친구 말이 끝나면 선생님이 네 이름을 불러 줄게.”
“친구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 이야기와 같은 생각인지 다른 생각인지 말해 보자.”
이처럼 아이의 생각이 무시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차례가 언제 오는지를 함께 알려 주면 기다림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처음부터 길게 잡지 마세요
차례 기다리기가 어려운 아이에게 여러 명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하면 실패하는 경험만 반복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명의 짧은 말을 들은 뒤 바로 차례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해 주세요.
한 명 기다리기에 익숙해지면 두 명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늘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래 참는 시간이 아니라 대화가 오가는 순서를 성공적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차례를 놓쳤다면 활동에서 제외하지 말고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알려 주세요.
“조금 전에 먼저 말했구나. 이번에는 친구의 말을 하나 듣고 다음 차례에 말해 보자.”
생각이 느린 아이에게도 충분한 차례가 필요합니다
말을 빠르게 하는 아이가 계속 먼저 대답하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는 참여할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질문한 뒤 바로 다른 아이를 부르지 말고 잠시 기다려 주세요.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
“말로 하기 어려우면 그림에서 가리켜도 돼.”
“먼저 친구의 말을 듣고 나중에 이야기해도 괜찮아.”
언어발달이 느리거나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이에게는 가리키기, 표정, 몸짓과 그림카드도 정당한 대화 참여 방법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만을 참여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례를 기다렸다고 무조건 칭찬하지 마세요
“잘 기다렸으니 착하다”라고 평가하기보다 아이가 실제로 사용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세요.
“친구가 말하는 동안 ‘들어요’ 카드를 보고 기다렸구나.”
“말하고 싶은 생각을 손가락으로 기억했다가 네 차례에 이야기했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연결해서 말했구나.”
구체적인 설명은 아이가 자신이 무엇을 잘했는지 이해하고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도록 돕습니다.
점수와 경쟁으로 기다리기를 가르치지 마세요
누가 오래 기다렸는지, 누가 말을 끊지 않았는지를 점수로 표시하면 아이는 대화의 즐거움보다 평가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차례를 놓친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기다림을 요구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언어발달과 기질, 대화 경험에 따라 기다릴 수 있는 시간과 필요한 도움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교 대신 어제보다 달라진 행동과 아이에게 도움이 된 지원을 관찰해 주세요.
그림책에서 배운 행동을 일상으로 연결해 주세요
그림책 활동에서 차례를 잘 지켰더라도 자유놀이와 식사시간에는 다시 끼어들 수 있습니다. 배운 행동을 다른 상황에서 사용하려면 어른이 같은 신호와 표현을 반복해서 연결해 주어야 합니다.
놀이 중에는 “두 친구가 모두 자동차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먼저 ○○가 말하고 다음에는 △△가 말해 보자”라고 순서를 알려 줍니다.
식사 중에는 가족이나 친구가 말할 때 ‘들어요’ 손짓을 사용하고, 말이 끝난 뒤 아이의 차례를 분명하게 알려 줍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두 아이의 말을 동시에 듣지 않고 한 명씩 이야기하도록 돕습니다. 기다리는 아이에게는 “네 이야기도 꼭 들을 거야”라고 알려 주세요.
그림카드를 모든 상황에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순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카드의 사용을 조금씩 줄이고 눈빛, 손짓과 짧은 말로 차례를 안내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가정에서 실천하는 짧은 대화 놀이
가정에서는 식사나 잠들기 전 대화에서 한 가지 질문을 정해 가족이 차례로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일을 한 사람씩 말해 볼까?”
말하는 사람이 작은 인형이나 숟가락처럼 안전한 물건을 들고, 말이 끝나면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방법도 좋습니다. 물건을 가진 사람이 말한다는 규칙이 차례를 눈에 보이게 해 줍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끊었을 때는 “끼어들지 마”라고 끝내지 말고 차례가 돌아올 시점을 알려 주세요.
“엄마가 이 문장까지만 말하고 바로 네 이야기를 들을게.”
약속한 문장을 마쳤다면 다른 이야기를 이어 가지 말고 아이에게 실제로 차례를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는 기다리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경험을 쌓게 됩니다.
부모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정연계 문장
“오늘은 그림책을 보며 친구의 말을 듣고 자신의 차례에 생각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기다려요·들어요·말해요’ 그림카드를 사용하자 대화의 순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정에서도 아이가 대화에 끼어들 때 바로 꾸짖기보다 ‘이 문장까지만 말하고 네 이야기를 들을게’라고 차례가 오는 시점을 알려 주세요.”
아이의 변화를 확인하는 관찰 포인트
-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가?
- 말하려다 잠시 멈추는 모습이 나타나는가?
- 그림카드나 어른의 손짓을 보고 차례를 이해하는가?
-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생각을 기억하는 방법을 사용하는가?
- 친구의 말과 관련된 내용을 이어서 말하는가?
- 말 대신 가리키기나 몸짓으로도 참여하는가?
- 그림책 활동에서 배운 행동이 놀이와 식사시간에도 나타나는가?
관찰의 목적은 아이를 평가하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느 상황에서 어려워하고 어떤 지원을 받았을 때 참여할 수 있었는지를 찾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추가로 살펴봐야 하는 경우
4~5세 아이가 기쁘거나 흥분했을 때 말을 끊는 행동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행동만으로 발달 문제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여러 환경에서 다른 사람의 말이나 신호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고, 차례를 매우 짧게 조정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어려우며, 언어 이해와 표현 또는 또래관계에서도 함께 걱정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관찰 내용을 정리해 관련 전문가와 상담해 볼 수 있습니다.
기다리기는 말할 기회를 보장받을 때 자랍니다
말할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계속 “기다려”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누구의 차례인지,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 기다리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림책은 기다리기와 듣기를 짧고 즐겁게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매개입니다. ‘기다려요·들어요·말해요’ 카드를 통해 보이지 않는 대화 순서를 눈에 보이게 하고, 한 명의 짧은 말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무엇보다 아이가 기다린 뒤 실제로 말할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존중받는다는 경험이 쌓일 때 아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차례를 기다리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2019 개정 누리과정은 3~5세 유아를 위한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으로 유아·놀이 중심, 자율성과 창의성, 함께 실현하는 교육과정을 강조합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는 아이와 어른이 차례로 신호를 주고받는 반응적 상호작용이 초기 언어와 사회적 기술의 토대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 Serve and Return 원문 보기
영문 자료는 크롬 브라우저의 한국어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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