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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맞고 오는 아이, “너도 때려”라고 가르쳐도 될까요?

읽는 시간 약 8분

“엄마, 오늘 친구가 나를 때렸어.”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부모의 마음은 철렁합니다. 속상하면서도 화가 나고, 우리 아이만 당하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가만히 있으니까 그러지. 다음에는 너도 때려.”

아이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맞으면 똑같이 때리라는 지시는 몸싸움을 키우고 아이가 더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과, 도움을 요청했을 때 실제로 보호해 주는 어른입니다.

“왜 가만히 있었어?”보다 먼저 해줄 말

친구에게 맞았다는 아이에게는 우선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돌봄을 제공해 주세요. 바로 설명하기 어려워하면 잠시 쉬거나 안정을 찾을 시간을 주어도 됩니다.

“많이 놀랐겠다. 아픈 곳이 있니?”
“엄마에게 말해 줘서 고마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볼게.”

반면 “너는 왜 아무 말도 못 했어?”, “다음에도 그렇게 당할 거야?”라는 말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그 순간 말하거나 움직이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알기 전부터 아이를 소심하거나 약하다고 평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도록 듣는 시간이 먼저입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은 어른이 확인하세요

아이가 이야기할 준비가 되면 “무슨 일이 있었어?”처럼 열린 질문으로 시작해 보세요. 아이가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필요한 부분만 짧게 확인합니다.

“블록으로 놀고 있었구나.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선생님께 갔을 때는 어떻게 도와주셨어?”

“그 친구가 일부러 그랬지?”, “선생님은 보고도 가만히 있었어?”처럼 답을 정해 놓은 질문은 피하세요.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설명하게 하거나, 가족 앞에서 반복해서 말하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당시 상황은 교사에게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의 말을 의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보호가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갈등이 시작된 이유를 살피더라도 때린 행동을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장난감이나 차례를 두고 다툰 일이 있었다면 그 문제와 신체적으로 다치게 한 행동을 각각 다뤄야 합니다.

“너도 때려” 대신 구체적인 행동을 알려 주세요

“친구와 잘 지내”, “당당하게 해”라는 말만으로는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유아에게는 짧은 말과 행동을 함께 연습해 주세요.

  • 말할 수 있다면: “때리지 마. 아파.”라고 짧게 말합니다.
  • 위험한 상황에서는: 상대와 거리를 두고 가까운 어른에게 이동합니다.
  •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선생님, 친구가 때렸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알립니다.

이것을 반드시 순서대로 해내야 하는 과제로 만들지는 마세요. 무섭거나 계속 맞을 것 같다면 상대에게 말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어른에게 가도 됩니다. 말이 나오지 않으면 울거나 손짓으로 도움을 청해도 괜찮습니다.

집에서는 인형으로 짧게 상황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교사 역할을 맡아 아이가 다가왔을 때 어떻게 도와줄지도 보여 주세요.

“알려 줘서 고마워. 여기 선생님 옆에 있자. 선생님이 도와줄게.”

도움을 요청하는 말만 연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에서도 어른의 보호로 이어져야 합니다.

만 1~2세에게 스스로 해결하라고 맡기지 마세요

만 1~2세는 자신의 경험을 말로 설명하거나, 놀란 순간 배운 대로 행동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싫다고 말했어야지”라고 요구하기보다 어른이 가까이에서 살피고 신체적 갈등을 멈추는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나 교사는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와 “맞아서 아팠구나. 여기서 쉬자”처럼 짧게 말해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른에게 다가오거나 손을 뻗는 행동도 도움을 구하는 신호로 받아 주세요.

만 3~5세에게는 거절하는 말과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조금씩 연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습했다고 해서 실제 상황에서 항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을 배우는 과정과 별개로, 안전을 지킬 책임은 어른에게 있습니다.

부모의 화는 아이를 보호하는 행동으로 연결하세요

우리 아이가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 아이나 교사에게 당장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아이의 안전을 확인한 뒤에는 연락하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고, 확인할 내용을 정리해 보세요.

‘우리 아이가 한 말’, ‘직접 확인한 상처나 변화’, ‘아직 모르는 상황’을 나누어 적으면 추측과 사실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 앞에서 “그 아이는 나쁜 애야”, “내가 가서 혼내 줄게”라고 말하기보다는 다음처럼 부모가 할 일을 알려 주세요.

“네가 다쳤다는 말을 들으니 엄마도 속상해. 선생님과 이야기해서 안전하게 지낼 방법을 찾을게.”

이미 “너도 때려”라고 말했다면 바꾸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까는 엄마가 너무 속상해서 너도 때리라고 말했어. 다시 알려줄게. 위험하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엄마도 선생님과 함께 도울게.”

교사에게는 상황 확인과 보호 계획을 함께 요청하세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생긴 일이라면 아이가 전한 말과 부모의 걱정을 구체적으로 전달해 주세요. 예를 들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오늘 블록놀이 중 친구에게 맞았다고 이야기했어요.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어떻게 도와주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도 함께 의논하고 싶어요.”

한 번의 갈등인지 반복되는 상황인지, 주로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 아이가 도움을 청하면 누가 어떻게 대응할지 확인해 보세요.

필요하다면 갈등이 생기는 시간대에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놀이 공간이나 재료 배치를 조정하기, 아이가 바로 찾아갈 어른을 정하기 등을 협의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정한 지원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다시 확인할 시점도 정해 두세요.

“앞으로 잘 살펴보겠습니다”라는 말만으로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어떤 장면을 어떻게 살필 것인지 더 구체적으로 물어도 괜찮습니다. 반복해서 다치거나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원장 등 책임자와 함께 보호 계획을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사과를 받았다고 바로 괜찮아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 아이가 사과한 뒤에도 우리 아이는 함께 놀고 싶지 않거나 가까이 가는 것을 불편해할 수 있습니다. “사과했으니까 이제 사이좋게 놀아”라며 즉시 관계를 회복하도록 재촉하지 마세요.

영유아의 때리기나 밀기에는 아직 미숙한 언어와 감정조절 능력이 관련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다친 아이에게 계속 이해하고 참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행동이 나타난 이유를 살피는 일과 피해를 막는 일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등원을 심하게 두려워하거나 수면·식사·놀이에서 달라진 모습이 이어진다면 교사와 공유하고, 필요할 때 소아청소년과나 아동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세요.

아이에게 가르칠 것은 자신을 지키고 도움받는 방법입니다

친구에게 맞고 오는 아이에게 “너도 때려”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알리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부모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교사와 상황을 확인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보호를 요청해야 합니다.

아이가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더라도 보호받을 권리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대응이 부족해서 생긴 일로 돌리지 않고 어른이 필요한 조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주세요. “그때 말하지 못했어도 괜찮아. 네가 아프고 무서웠던 일을 알려 줘서 고마워. 혼자 해결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그 말이 실제 보호로 이어지도록 함께 움직여 주세요.

마음온 자람
영유아의 감정과 관계, 놀이 속 사회정서 발달을 부모와 교사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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