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는 아이, “그런 말 쓰지 마” 해도 반복한다면?
아이가 처음 욕을 했을 때는 잘못 들었나 싶습니다. “그런 말은 쓰면 안 돼”라고 알려주었는데 다음 날 또 같은 말을 하면, 이번에는 더 따끔하게 혼내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욕을 하면 당황스러워 목소리부터 커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 해서 아이가 부모의 가르침을 무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뜻을 모르고 따라 하는지, 어른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화가 났을 때 대신 쓸 말을 찾지 못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도움이 달라집니다.
욕하는 아이를 지도할 때는 사용하면 안 되는 말을 알려주는 것과 함께, 그 상황에서 무엇이라고 말하면 되는지 가르쳐야 합니다. “하지 마”에서 끝났던 대화를 한 걸음 더 이어가 보세요.
욕을 했다는 사실보다 그때의 상황을 살펴보세요
아이가 웃으면서 낯선 말을 되풀이하는 모습과, 장난감을 빼앗긴 뒤 친구에게 욕하는 모습은 다르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의 경우에는 말소리나 주변 반응에 흥미를 느꼈을 수 있고, 뒤의 경우에는 화를 표현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려는 말로 사용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욕을 하기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에게 말했는지, 어른이 반응한 뒤에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살펴보세요. 부모가 크게 놀랄 때마다 웃으며 반복하는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주로 나오는지 알면 대응 방향을 잡기 쉽습니다.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어?”라는 질문부터 쏟아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접하는 말과 영상은 확인하되, 특정 친구나 가족의 잘못으로 서둘러 결론 내리지 마세요.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가 그 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일입니다.
부모의 감정부터 가라앉힌 뒤 짧게 말해 주세요
아이의 욕을 들으면 부모도 화가 납니다. 특히 자신을 향한 말이라면 “나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때 곧바로 맞받아치기보다 숨을 한 번 내쉬고, 목소리를 낮춘 뒤 말해 보세요.
“화가 나도 엄마한테 욕을 하면 안 돼. 싫은 게 있으면 말로 알려줘.”
아이가 한 행동을 분명하게 짚되, “너는 왜 이렇게 못됐니?”처럼 아이 자체를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르쳐야 할 것은 아이의 말과 행동입니다.
부모가 너무 화가 나서 차분하게 말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잠시 멈출 수도 있습니다.
“엄마도 지금 화가 나서 잠깐 숨 좀 쉬고 말할게.”
부모의 감정조절은 화를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화가 난 순간에도 상대를 모욕하지 않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반응을 보려고 반복한다면 긴 훈계를 줄이세요
아이가 욕을 한 뒤 부모의 얼굴을 살피고, 부모가 놀라거나 웃으면 더 신나서 반복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긴 설명을 하거나 “한 번만 더 해 봐”라고 실랑이를 벌이면 그 말에 관심이 계속 집중될 수 있습니다.
이미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고 알려주었다면, 반복할 때마다 새로운 훈계를 덧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누구를 공격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과장된 반응을 줄이고 하던 놀이와 대화를 이어가세요.
대신 아이가 평소의 말로 관심을 구할 때 충분히 반응해 주세요. “엄마, 이것 봐”라고 부르면 바라봐 주고, 함께 놀자고 하면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는 식입니다. 욕을 하지 않아도 부모와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놀리는 상황은 그냥 넘기지 마세요. 상대를 향한 말을 멈추게 하고, 욕을 들은 아이가 괜찮은지도 살펴야 합니다.
화가 나서 욕한다면 대신 쓸 말을 알려주세요
“예쁘게 말해”라는 말만으로는 아이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지금 겪는 상황에 맞는 짧은 문장을 들려주세요.
- 장난감을 빼앗겼을 때: “내가 쓰고 있어. 돌려줘.”
- 친구의 행동이 싫을 때: “싫어. 그만해.”
- 놀이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잘 안돼서 속상해. 도와줘.”
- 함께 놀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나 잠깐 쉴래.”
예를 들어 블록이 무너져 욕을 했다면 “열심히 만들었는데 무너져서 화났구나. 그럴 땐 ‘속상해’라고 말해도 돼”라고 연결해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울거나 흥분해서 듣기 어려운 상태라면 먼저 곁에서 진정을 도와주세요. 그 순간에 바른 문장을 그대로 따라 하도록 재촉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은 뒤 짧게 다시 알려주어도 됩니다.
또한 욕 대신 “싫어”라고 말했다고 해서 아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은 받아주면서 필요한 한계는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 보고 싶구나. 그래도 오늘 영상은 여기까지야. 끄는 건 엄마가 도와줄게.”
어린아이일수록 설명을 짧고 구체적으로 해주세요
말을 배우는 영아에게는 “상대를 존중해야 해” 같은 설명이 어렵습니다. “그 말은 안 써. 싫으면 ‘싫어’ 해”처럼 짧게 말하고, 일상에서 사용할 표현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편이 좋습니다.
유아에게는 그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간단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친구한테 바보라고 하면 친구가 속상해. 장난감을 가져가서 싫었으면 ‘돌려줘’라고 말하자.”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친구들도 다 쓰는데 왜 나는 안 돼?”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친구 전체를 나쁘게 말하기보다 우리 가족이 지킬 기준을 설명해 주세요.
“친구들이 써도 누군가를 욕하거나 놀리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하자. 화가 났을 때 어떤 말을 쓰면 좋을지 같이 생각해 보자.”
같은 나이라도 이해하고 표현하는 정도는 다릅니다. 설명의 길이는 나이만으로 정하기보다 아이가 실제로 알아듣고 사용할 수 있는 말에 맞춰 주세요.
아이에게 알려준 기준을 어른도 지켜주세요
아이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어른은 운전할 때나 다툴 때 같은 말을 사용한다면 기준이 혼란스러워집니다. 아이 앞에서 하는 대화뿐 아니라 옆에서 틀어놓은 영상과 게임의 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실수로 욕을 했다면 “어른은 해도 돼”라고 넘기기보다 자신의 말을 바로잡아 주세요.
“아까 아빠가 욕한 건 잘못했어. 화가 났어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됐어. 다음에는 ‘지금 화가 나’라고 말할게.”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끼리도 대응을 맞추면 좋습니다. 한 사람은 웃고 다른 사람은 크게 혼내기보다, 어떤 말을 사용하지 않을지와 대신 어떤 표현을 알려줄지 함께 정해 보세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반복된다면 선생님에게 욕이 나오는 상황을 물어보고, 가정에서 쓰는 짧은 지도 문장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누가 잘못 가르쳤는지를 따지기보다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을 함께 찾는 대화가 되어야 합니다.
욕이 줄었는지와 함께 달라진 표현도 살펴보세요
아이의 변화는 욕을 한 번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욕이 나오려다 멈추거나, 화가 나도 “그만해”라고 말하거나, 어른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도 살펴보세요.
그런 순간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주세요.
“아까 화가 났는데 ‘돌려줘’라고 말했네.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 수 있었어.”
욕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에게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을 향한 심한 욕설과 공격행동이 반복되고 또래 관계나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이어진다면, 교사와 상황을 함께 확인하고 소아청소년과나 아동상담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말 쓰지 마” 다음에 필요한 한마디
욕을 반복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점점 더 무서운 경고가 아닙니다. 사용하지 말아야 할 표현을 일관되게 알려주고, 그 자리에 넣을 말을 함께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그 말은 쓰지 않아. 화가 나면 ‘나 화났어’라고 말해도 돼.”
이렇게 한계를 알려주면서도 아이가 자기 마음을 말할 길은 열어주세요. 부모 역시 화가 났을 때 말을 고르고, 실수했다면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목표는 아이가 속상한 마음까지 숨기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도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말로 자신을 표현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하지 마” 뒤에 “이렇게 말해 보자”를 이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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